남성들의 판타지 가득 SF(Soul of Futuer)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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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기, Second Skins.▶

지난달 30일부터 11월 1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Soul of the Future'라는 부제로 SF전이 열렸다. 국내외에서 활동중인 11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일러스트레이션, 애니메이션, 설치작품, 의상,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미래사회를 표현하는 다양한 상상력과 작품들이 선보였다.

임의균의 에니메이션 작품 (2003)은 그로테스크한 미감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그려 완전한 신체를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했다.

동물의 장기를 이식해서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신체의 완전함에 대한 충동은 유사 인간, 사이보그 탄생의 전주곡으로 작용하지만 결국엔 보충, 대체, 부속품적 위치에 놓인 사이보그 신체의 불완전함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이온 플럭스> <애니 매트릭스>를 비롯해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했던 피터 정은 회화적 감수성이 표현된 사이보그 이미지들을 작품화했다.

이는 내장이 돌출된 '남성형' 사이보그와 화려한 색채로 수놓인 '여성형' 사이보그로 재현됐다.

또한 삭게오는 <플러그 인 유어 바디>(2003)라는 작품으로 백화점이나 마켓에서 일상용품을 구입하듯이 부속품들을 구입하는 미래의 일상화된 사이보그 시대를 상상했다.

그 외 조택연은 <하이퍼 게이트 시티>(2003)를 통해 인문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 공간이 선호하는 공간을 탐구했으며, 원성구는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코인 인터코스>(2003)와 <일렉트릭 러브>(2003)로 '사이버 에로티시즘'을 표현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SF전은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작품 속 여성 사이보그들은 기술자본주의가 낳은 '정치적 타자' 사이보그의 자아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피 흘리고 부서진 채 버려진 몸'으로 재현됐다.

폐기된 여성사이보그는 줄곧 미래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형상화하려는 남성작가들의 판타지 속에서 인간을 대변하는 '육체'로 표현돼 왔다.

재현된 것은 재현한 이의 욕망과 판타지의 틀에서 조금도 비껴갈 수 없는 것. '현실/현재의 환원 혹은 은유'로서 기획된 전시는 과거를 추상하든 미래를 상상하든 여성과 여성의 몸을 통한 은유 없이 남성들은 말할 수 없는가 물음을 던지게 한다.

모성과 여성성에 대한 찬미 혹은 파괴의 극단으로 펼쳐지는 은유는 여성의 현실/현재를 가감 없이 소환한다. '미래의 영혼'이란 부제는 '현실의 육체'와 교묘하게 대치된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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