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체육학회 여성의 날 기념 토크콘서트 개최 
한국 여성 스포츠 현주소·스포츠 성평등 논의 
스포츠 단체 여성임원 비율 10%대... 의사결정 과정에 ‘유리천장’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역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 중 46%는 여성이다. 스포츠 경기력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어떨까. 대한체육회, 서울시체육회 등 주요 스포츠 단체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21년 3월 현재 기준 10%대에 불과하다. 체육 전문가들은 여성 선수가 뛰어난 실력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남성에 비해 소외됐고, 주요 의사결정에서 여성의 참여도도 여전히 낮다고 지적한다.

출전 선수 남녀 비율 73:27... 메달 획득은 54:46 

체육계 내 성차별에 관한 이 논의는 지난 8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한국체육학회(김도균 회장)의 세계여성의 날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이뤄졌다. 박재현 한국체대 운동측정학과 교수,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박주희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사무총장,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사회학과 교수, 서정화 전 국가대표 스키선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박재현 한국체육대 교수는 ‘빅데이터로 본 여성 스포츠’라는 제목으로 역대 올림픽 출전 선수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저체 서수 중 ㄴㄴ남성과 여서으이 비율  ⓒ한국체육학회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전체 선수 중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약 2.6배 차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체육학회
남성보다 적게 출전했는데도 여성 선수가 메달 획득 등 성적을 거둔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체육학회
남성보다 적게 출전했는데도 여성 선수가 메달 획득 등 성적을 거둔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체육학회

1896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대 올림픽 전체 출전 선수 27만 1000여명 중 남성 선수가 대략 73%, 여성이 27%로 참여 비율에도 차이가 큰 데 비해 출전 이후 메달을 획득한 선수 비율은 여성이 46%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여성은) 적은 수가 출전했음에도 남성보다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중요 의사결정과정에 여성 참여율 저조... 한국 여성 스포츠계의 성차별

여성의 경기력과 스포츠 역량이 남성에 비해 낮지 않다면 왜 이러한 성차별이 발생할까? 이날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스포츠계 성차별 구조의 요인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 배제를 꼽았다. 

박재현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스포츠 관련 단체 및 기관에서 여성 지도자의 비율은 남성보다 현저히 낮다. 이번달 기준으로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 관련 대표 단체의 여성 임원 비율은 10%에 머물렀다. 

주요 스포츠 단체의 여성 비율 ⓒ한국체육학회 유튜브 갈무리
주요 스포츠 단체의 여성 임원 비율 ⓒ한국체육학회 유튜브 갈무리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도 행정가, 지도자 등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의사결정이나 재정 지원 등 실질적인 부분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것이 문제”라며 “남성 중심적인 스포츠계에서 여성이 기존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받을 때까지는 여성 임원과 지도자 등의 비율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 교수는 스포츠계 성별 급여 격차도 문제로 지적했다. 남 교수는 “지난달 스포츠정책과학원 월례포럼에서 공유된 2020년 체육인 실태조사 결과, 여성 스포츠 선수는 남성 선수보다 연봉이 400만원 정도 적고, 지도자의 경우도 여성이 남성보다 연봉 500만원 정도 적다”며 “경제적으로도 스포츠계의 성평등에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국제 스포츠계... 여성 선수 출전·여성 임원 보장 노력

박주희 사무총장은 "국제스포츠계는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체육학회
박주희 사무총장은 "국제스포츠계는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체육학회

박주희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사무총장도 주요 의사결정에서 여성의 참여도가 중요하다고 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1990년에야 여성 집행위원 선출, 1997년에야 여성 부위원장 선출 등 유구한 올림픽 역사에 비해 여성의 참여율이 최근에서야 대두된 점을 지적하면서도 “올해 초에는 여성 위원 비율 37.5%, 집행위원 여성 대표 비율 33.3%, 분과위원회 여성위원 비율 48.8%, 행정사무국 여성 직원 비율 53% 등 증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로서의 참여뿐만 아니라 심판이나 행정가 등에 있어 여성 참여율 증대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최근 국제 스포츠계는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올림픽 헌장에 ‘모든 계층과 구조에서 여성 스포츠의 증진을 장려하고 지지한다’(제2조 8항)는 조항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2014년 12월 ‘올림픽 어젠다 2020’에서는 올림픽 대회에 여성 참여율 50%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연맹 등과 협력하겠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여성 선수가 참여한 제2회 파리 올림픽에서는 전체 990여 명의 선수 중 여성 선수는 22명이었으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여성 선수 참여 비율이 40.3%,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45.2%, 올해 개최 예정인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49%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제스포츠계의 변화에 대해 남윤신 교수는 “부럽다”며 “한국에서도 해외의 변화 흐름에 맞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성평등한 스포츠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배려 아닌 특수성"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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