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 태영건설 공사현장 현수막 파문
민원·항의 잇따라 3시간 만에 철거
태영건설 "사과...재발방지 위해 조직문화 점검하겠다"
최근 경기·대구 공사현장서도 같은 현수막 걸려
부산시 "공사현장 현수막 법적 규제 어려워...업체의 감수성 중요"

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 현장에 여성 혐오성 표어가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 ⓒ연합뉴스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8일 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 현장에 걸렸다가 하루 만에 내려간 여성혐오성 현수막이다. 최근 타 건설사의 경기도, 대구광역시 공사현장에서도 비슷한 현수막이 게시돼 빈축을 샀다.

8일 부산시청에 따르면 부산시민공원 북문에 건립 중인 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장 안내판에 이러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해당 현수막에는 눈만 내민 채 이불을 덮고 있는 여성과 5만원권 돈뭉치가 그려져 있다. 

시공사 태영건설컨소시움은 이날 오전 10시에 해당 현수막을 걸었다. 시청은 오후 1시에 민원 전화가 걸려온 뒤 바로 시공사 측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시공사는 오후 1시 30분쯤 현수막을 철거했다.

태영건설 본사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현장에서 현수막 문구를 결정해서 현수막을 게재했는데 논란이 돼서 바로 내렸다"며 "현장소장과 실무진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한다고 해당 문구를 현수막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문화를 점검하겠다. 해당 문구가 현장에서 쓰이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현수막 문구 논란은 과거에도 계속 발생한 문제다. 2019년 9월에는 중흥건설이 시공 중인 경기도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2019년 9월에는 중흥건설이 시공 중인 경기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2016년 H건설사도 대구 동구 황금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 세운 간판 내용으로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된 간판에는 '공사 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부산시청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시공사의 안전문구 현수막까지 사전 점검하는 관련 법령은 없다. 그것은 시공사 스스로 노력해서 개선해야 하는 일이다. 성인지 감수성이나 노동자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을 진행하는 등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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