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젠더 프리즘] 불교 촛불 든 여성 불자들, 종단에 저항하다
[불교계 젠더 프리즘] 불교 촛불 든 여성 불자들, 종단에 저항하다
  •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3.09 09:52
  • 수정 2021-03-09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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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젠더 프리즘] (끝)
2017년 7월 2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 주최로 열린 '조계종 적폐청산 제1차 촛불법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자승 원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7년 7월 2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 주최로 열린 '조계종 적폐청산 제1차 촛불법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자승 원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016년의 촛불집회는 평화적인 정권 교체는 물론 사회 곳곳에 누적된 부조리를 청산하고자 했던 노력이 활발했는데, 이는 불교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종단 내 일부 스님들은 정치권과 결탁하여 각종 이권에 개입하였고, 도박, 주지 돈 선거, 폭력, 은처(숨겨진 부인), 성범죄 등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적폐로 쌓여만 갔다. 보다 못한 재가불자들과 출가자들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종단 내 적폐청산과 청정승가 구현을 외치며 조계사 앞 도로에서, 그리고 보신각에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이 촛불법회는 평범한 한 여성불자의 자발적인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조계사 앞에서 종단 쇄신을 위해 혼자 백팔 배를 하던 이 여성의 진정성에 공감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는 보신각으로 장소를 옮겨서 촛불집회로 발전했다. 그동안 여성불자들의 신행 방식에 대해서는 자기 가족만 챙긴다느니, 복 달라는 기도만 한다느니 하면서 멸시했지만, 촛불법회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동참자 중 다수가 여성불자였으며, 집회에서는 발언자, 사회자, 보시자 등 주체적으로 역할 했으며, 단식중인 출가자의 보호를 위해 불교여성단체들은 밤샘 당번도 마다하지 않았다.

촛불법회 결과 당시 총무원장이 교체되었는데, 이는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탄핵한 현실과 유사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돌이켜보면, 교단의 위기마다 여성불자들이 있었다. 조선시대는 아녀자가 절에 가면 곤장 백대에 처한다는 지엄한 국법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식민지하 왜색불교로부터 독신출가자를 지켜냈고, 해방 후 대처승 청산운동을 지원했으며, 1994년 총무원장 3선 개헌 반대 등 부패종단 개혁에도 적극 동참했다. 이 94년 개혁종단을 주도했던 젊고 정의감 넘치던 출가자 일부가 오늘날 종단의 권력자이자 적폐 세력이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불교가 매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종교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교는 매우 혁명적이고 적극적인 종교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라거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등 불교인들에게 익숙한 이 구절들은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파사현정(破邪顯正), 즉 “잘못된 견해와 어리석음의 무명을 벗김으로써 진실이 올바르게 드러날 수 있다.”는 불교적 사고방식으로, 자비나 연민 운운하며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정의를 위해 잘못을 철저하게 깨부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단은 이 저항정신의 산물이다. 일제하 대처승에 끝까지 항거해서 독신출가자를 지켜냈고, 명망 있는 출가자중심이 아니라 비구, 비구니, 여성불자, 남성불자라는 사부대중의 종단임을 종법으로 천명하며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의와 정법을 중시하는 조계종단이지만, 우리사회에서 종단은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 선거철만 되면 유력 정치인들이 종단 지도자를 방문해 머리를 숙이고, 전국의 사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엄청난 국고가 지원되며, 종교탄압의 빌미를 줄까봐 언론조차 비판을 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권력 지향적인 일부 권승들은 종단 내 유명사찰 주지나 교단 내 ‘힘 있는’ 자리를 얻기 위해 니편 내편으로 나누어 직업 정치인 뺨치는 소위 ‘종단 정치’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권승들 끼리의 서열화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신자들과 구분해서 특권적 지위를 이어간다. 뿐만 아니다. 조계종단의 출발 정신이었던 ‘독신 출가자’는 은처, 숨겨진 쌍둥이 아들, 결혼증명서, 여직원 성추행, 성폭행 등으로 그 도덕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했지만, 종단은 이들을 처벌하기는커녕 은폐하거나 무시하면서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

조계종단에서 비구니승가와 비구승가는 수레의 양쪽 바퀴로 비유하곤 하지만, 최근 비구니승가 대표 중 한 분이 비구니승가의 권리를 주장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야 했으니, 종단은 철저하게 비구승가 중심임을 입증하였다. 그렇다면 여성불자는 어떠한가? 사찰 내 법당청소나 공양간 봉사 등이 당연시되고, 치마불교라 비난하면서도 입시기도나 천도제 등이 사찰의 주요 행사가 되어 여성불자들을 부르고 있다. 또한 출가자에게 무조건적인 순종과 존경만을 강조하니, 한국에 유입된 다양한 불교로 발걸음을 돌리는 여성불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남녀차별 금지법이나 여성할당제, 성주류화 등 성평등을 정책적으로 강조하며 급변하고 있지만, 종단 지도부의 성 인식은 세상의 변화에 초월한 듯하다. 얼마 전에는 종단소속 여성불자 단체에서, 회원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를 종단이 원치 않는 사람이라며 몇 년 째 인준을 거부하고 지원금을 줄이기도 했다. 신도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불자는 종단 내에서 비주류이자 2등 시민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촛불법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여성불자들은 의존적이거나 수동적인 신행에서 벗어나고 있다. 종단의 적폐를 용납하지 않고 감시와 비판에 나서고, 지구 생태와 평화 살림에 앞장서고 있으며, 전국 수행처 곳곳마다 다수의 여성불자가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이에 종단은 더 이상 여성불자를 희생과 봉사의 아이콘으로만 볼 게 아니라, 지혜와 자비의 주체이자 종단 운영의 동반자, 협력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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