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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4인 리더십 유형 분석

남성편향적 공직사회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여성들의 리더십 유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김송자 전 노동부 차관부터 한명숙 전 여성부 장관까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성 리더들의 리더십 유형은 앞으로 여성들의 역할모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통희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25일 한성대학교 학술정보관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남성편향적 공직문화에서 여성의 경력개발과 리더십'이라는 논문을 통해 “우수한 여성인력이 직장의 남성편향적 문화로 인해 정착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이런 문화에 여성들이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이해하고 적합한 대응유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역할모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김송자 전 노동부 차관은 남성편향적 문화를 적극 활용한 '관계지향형 변혁적 리더십'▲김강자 전 경찰서장은 성차별을 합법적으로 대응한 '과업지향적 리더십'▲전재희 전 광명시장은 소신에 입각한 '과업형 리더십'▲한명숙 전 여성부장관은 양성평등 직장문화를 조성한 '여성주의적 리더십'으로 분류했다.

김송자 전 노동부 차관은 조직 내에서 별다른 지지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직속부하들을 자기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특유의 호방함과 관대함을 살렸다. 보통 여성 관리자들이 남성중심적인 밤문화에 어울리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달리, 그는 기본적인 업무능력뿐 아니라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먼저 돌리는 등 여흥 분위기를 주도하며 남성적인 방식으로 남성들과 대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을 중시했다.

김강자 전 경찰서장은 남성편향적 문화가 지배하는 경찰조직 내에서 여성이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호의적 평가를 기대하지 않는 대신 제3자가 보아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적을 거두었다.

부하직원의 평가에는 일절 가치를 두지 않겠다는 태도는 직원들을 과업지향적으로 이끌어 조직의 성과를 올리는 데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경찰조직이 특별히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관료조직의 특성을 100% 활용했으며 자신이 오전 7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하는 모습을 보여 업무에 몰입해서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다.

전재희 전 광명시장은 '최초의 여성시장'이라는 호칭을 넘어 '난제를 피해가지 않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관선시장으로 재임중 탁월한 업적을 남김으로써 민선시장 선거에 출마, 재선출됐다. 전재희 전 시장은 어떤 일을 추진하기 전에 반드시 장·중·단기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하는 완벽주의를 추구했으며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확대, 비공식적이고 불합리한 정책결정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합리적인 권위를 통한 과업중심의 리더십으로 통한다.

한명숙 전 여성부 장관은 양성평등 사회의 실현이라는 여성부의 조직목표를 우선 여성부 조직 내에서 구체화시키는 전락을 펼쳤다. 공무원의 성별비율을 적절히 안배하고 부서배치와 승진 등 인사정책에서 양성평등의 원칙, 공식·비공식 행사 등에서 여성들에게 평등한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부하직원과 관계형성에서 늘 배려하고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챙김으로써 상당한 정서적 지지를 받았다.

그는 특유의 온화함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뜻을 함께하는 의원의 힘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반대입장을 가진 의원들은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설득해 나가는 방식으로 과업을 성취했다.

박통희 교수는 “참여정부에 들어서서 여성장관이 4명이 입각, 앞으로 장관직에 여성이 임명되는 사례는 늘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여성장관 리더십 연구가 미미한 실정으로 이번 한명숙 전 장관 등 여성 리더십 유형 연구는 관련분야에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 리더가 남성편향적 공직사회에서 경력을 개발하는 데에 탁월한 성과를 이룬 것 자체가 대응모형을 파악하는 중요한 사례”라며 “이런 사례연구가 다양한 분야와 계층에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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