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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장금>은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주변부에 머무르던 '일하는 여성'과 '그들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워 '여성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성공한 여성의 멘토링과 리더십 엿보기

MBC 특별기획 드라마 <대장금>(연출 이병훈·극본 김영현)이 수많은 화제와 열혈 마니아들을 낳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1월 첫째 주 시청률 조사에서 <대장금>은 44.8%.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드라마 <왕의 여자>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애호대장금>, <대장금카페>, <러브한상궁>등 인터넷에는 출연배우와 드라마에 대한 팬 카페가 수 십 가지다.

이제 <대장금>은 신드롬을 넘어 트렌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통가에는 '대장금'표 쌀과 '대장금'표 떡이 등장하고 백화점 문화센터나 요리학원에는 대장금 이름을 단 강좌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드라마가 방영된 다음날은 길거리나 지하철 혹은 직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전날 드라마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대장금>에 열광하는가.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가.

해답의 열쇠는 바로 소재에 있다. <대장금>은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주변부에 머무르던 '일하는 여성'과 '여성들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워 '여성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우선 기존의 궁중 사극이 여성을 왕의 권력을 둘러싸고 암투나 권모술수를 일삼는 존재로 폄하해 왔다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대장금>(장금이란 이름에 대(大)자를 붙임)은 대가로서 성공한 전문직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다.

<대장금>을 연출한 이병훈 PD는 “뛰어난 의술과 학식으로 엄격한 당시 신분제도를 타파하고 어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녀의 삶 자체가 드라마"라고 소재를 밝혔다.

상명대 사학과 주진오 교수는 “<대장금>은 역사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여성들을 페미니즘 시각으로 내세웠다”며 “특히 주인공 장금(이영애 분)은 전문직 여성으로 창조성을 발휘해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부분이 현대적인 코드와도 맞다”고 평가했다.

자신을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는 기질과 인생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욕구를 가진 장금. <대장금>에 나타난 현대적 코드는 바로 뚜렷한 자기 주체성을 가진 여성들의 프로 의식이다. 여기에 <대장금>은 '여성들끼리의 관계'를 끌어들여 이를 통해 한 개인의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성들로 구성된 상궁 조직에서 '후원과 연계'를 통해 상호 발전을 꾀한다는 설정은 현대 여성들의 멘토링과 흡사하다. 드라마 <대장금>은 여성이 여성을 이끈다는 데서 이전의 여성드라마나 영화보다 발전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것.

크게는 최고상궁(여운계 분)-한 상궁(양미경 분)-장금으로 이어지는 한 축과 제조상궁(박정수 분)-최 상궁(견미리 분)-최금영(홍리나 분)으로 이어지는 한 축이 대조를 보이며 서로 연계를 맺고 있다.

최고상궁과 제조상궁으로 이어지는 두 축은 멘토링의 목적부터 다르다. 최고상궁의 가르침을 받은 한 상궁은 어린 장금에게 며칠간 '마실 물을 떠오너라'라는 숙제를 던져 나인으로서 기본 자질을 갖추게 하는 등 스스로 깨달음을 통해 성품과 역량을 겸비한 후계자를 키운다. 반면 제조상궁의 축은 직접적인 테크닉을 전수, 후계자의 역량을 키우고 세를 확장하는 데 주력한다. 즉 장기적인 안목에서 멘토링은 아니다.

숙명여대 리더십센터의 조병남 교수는 최고상궁이 이끄는 축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현대의 티칭(teaching) 조직으로 파악했다. 조 교수는 “과거 학습(learning)에 의존해 역할을 전수하던 조직과 달리 티칭 조직은 상처가 나면 그 자리에 저절로 새살이 돋아나듯이 살아 움직이는 조직과 같다”며 “최고상궁은 철학과 정신의 틀을 바로 잡아 후계자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게 도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멘토링 관계 속에서 최고상궁이 그다지 뛰어난 멘토는 아니며 금영 역시 부족한 멘티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세종리더십개발원 이진아 연구원은 “최고상궁은 속이 깊은 리더이긴 하지만 멘토링에서 좋은 멘토는 아니다”라며 “멘토링은 멘토와 멘티 간의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서로가 변화 발전돼야 하며 멘토가 멘티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과 같은 부류라는 동질감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원은 “금영의 경우 최 상궁처럼 권력지향형 남성조직적 관점을 가진 멘토를 만남으로써 부정적으로 변화됐다”며 “최 상궁이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닫는 금영은 빠르게 성장하는 멘티”로 정리했다.

최고상궁과 제조상궁이 이끄는 두 조직을 통해 더불어 리더의 요건과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최고상궁은 전체적으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며 결정력을 갖춘 리더라는 평이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혜숙 교수는 “최고상궁은 남성들이 중요시하는 연줄에 연연하지 않으며 성취보다 실력과 기본에 충실한 지도자”라며 “상감과 요리 경합을 벌여 공정하게 최고상궁을 뽑자고 제의하는 등 최고권력자에게 합리적인 제안을 할 줄 아는 리더”라고 평했다. 또한 조 교수는 “최고 지도자는 최고상궁처럼 지도를 그릴 때 큰 그림만 그리고 한 상궁 같은 중간관리자급이 클 수 있도록 자유영역을 주어 나머지 세부그림을 그리게끔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감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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