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은 치마·교복은 정장 차림’ 편견은 옛말
학생의견 반영해 편한 교복 도입한 중고교 늘어
교복 재킷·셔츠 대신 맨투맨·후드티 입고
치마·바지 선택권 제공
학생들 “옷이 편해야 공부도 잘돼”

2일 성의여고 입학식 사진. 학생들이 바지교복과 맨투맨, 후드티, 야구잠바 교복을 입고 있다. ⓒ성의여고

여학생에게 치마교복만 강제하고, 재킷+셔츠 등 정장 차림의 교복만 허용하던 학교들이 달라졌다. 여학생도 바지교복을 입도록 선택권을 제공하는 곳이 늘었다. 더 나아가 맨투맨 티셔츠, 야구잠바 등 활동하기 편한 교복도 등장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낡은 학칙을 바꾸고 편한 교복 도입을 추진한 전국 학교 사례를 살펴봤다.

춥고 작고 불편하던 교복 이제는 안녕
맨투맨부터 야구잠바까지 편한 교복이 대세

목포 제일여고는 2020년 1학기부터 맨투맨과 후드티, 후드집업을 도입했다. ⓒ성의여고

목포 제일여고는 2020년 1학기부터 맨투맨과 후드티, 후드집업을 도입했다. 바지와 치마 선택권도 제공한다. 교복 재킷과 조끼, 와이셔츠는 없어졌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복이 무엇인지, 기획부터 최종 선정까지 학생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양회룡 제일여고 교감은 “학생 위주로 교복추진단을 구성했다. 학교는 행정적 도움만 줬다. 학생들이 샘플을 보며 교복을 정했고, 전교생 투표로 교복 유형과 디자인, 색상 등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마와 바지도 기존의 정장 스타일보다 좀 더 신축성 있고 편한 재질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제일여고 재학생 장예주(17)양은 “기존 교복보다 훨씬 편하다”며 “중학교 교복은 허리 라인이 들어간 짧은 셔츠였고, 교복 재킷도 부직포 같아서 팔 올리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바지교복 디자인도 평소 사복으로 입는 슬랙스와 거의 다름없고 스판도 있는 재질이라 편해서 자주 입는다”고 설명했다.

성의여고 사회교과실에서 학생들이 맨투맨 교복을 입고 수업을 듣고 있다. ⓒ성의여고
성의여고 사회교과실에서 학생들이 맨투맨 교복을 입고 수업을 듣고 있다. ⓒ성의여고

경북 성의여고는 2019년 맨투맨과 후드티, 야구잠바를 교복으로 도입했다. 학생들은 치마와 바지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입을 수 있다. 본래는 교복 재킷, 와이셔츠, 조끼, 넥타이, 치마만 허용했다. 

김영순 성의여고 학생안전부장은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학생들 편의성을 위해 교복을 바꿨다”며 “기존 교복은 춥고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활동하기 편하고 보온도 잘 되는 맨투맨과 후드티, 야구잠바로 교복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성의여고 재학생 김모(18)양은 “기존 교복은 작아서 단추가 뜯어지거나 생활할 때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맨투맨은 일단 재질부터 편해서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며 “야구잠바도 재킷보다 따뜻해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 강명중에서는 올해부터 편한 교복을 도입했다. ⓒ강명중

서울 강명중도 올해부터 기존 교복 재킷, 와이셔츠, 니트 대신 맨투맨과 후드티, 후드집업 교복을 채택했다.

교복 구매 업무를 담당한 장익서 강명중 교사는 “기존 정장 스타일 교복은 질이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고 학생들이 자주 입지도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 설문조사를 거쳐 기존 교복을 없애고 맨투맨 등 편한 교복을 정식 교복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강명중 재학생 김모(15)양은 “치마를 입으면 춥고 스타킹도 신어야 해서 불편하다. 상의가 아주 짧아서 팔을 들어 올리기도 힘들고, 속옷을 같이 입어야 했다. 바뀐 교복이 훨씬 편하다”며 “아무래도 옷이 편해야 공부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학생 치마·바지 선택권 보장하는 학교들
“성평등 흐름에 맞춰 교칙 바꿨다”

성의여고 사회교과실에서 학생들이 맨투맨 교복을 입고 수업을 듣고 있다. ⓒ성의여고

여학생에게 치마만 강제하고 치마·바지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학교 안팎의 지적을 반영해 교칙을 바꾼 학교들도 있다.

경기 안양여고에서는 다리에 흉터가 있는 등 개인 사유가 있을 때 교사 허락을 받고 바지를 입게 하다가 2019년 1학기부터 학생들에게 치마·바지 선택권을 줬다.

안양여고 학생안전부장은 “현재 여학생들은 입학할 때 바지나 치마 교복 중 원하는 것을 고른다. 학생들이 학교 생활하는 데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바지교복을 허용했다”며 “편한 교복을 요구하는 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 영향도 있었다. 시대에 맞게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듣고 교칙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진여고도 특별한 사유에 한해 여학생 바지 착용을 허용하다가 2020년 2학기에 해당 교칙을 바꾸고 학생들에게 치마·바지 선택권을 부여했다. 

김희선 부산진여고 생활부장은 “양성평등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교사들이 여학생 바지 착용을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몇몇 학생들이 교사에게 여학생 바지 착용을 허용해달라고 건의가 들어와 논의 후 교칙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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