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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개그 콘서트>의 '언저리뉴스'코너의 원조는 스포츠 연예신문일지 모른다. 아무개 가수 둘이 함께 노래하면 “입을 맞췄다”고, 배우들 결혼의 8할은 드라마 속의 풍경들. 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다.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기사들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각종 현안들에 밀려나기 일쑤였다. 우리는 매주 스포츠신문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또 하나의 언론·여성·문화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서러움만큼 더 슬픈 건 신문을 신문이라 부를 수 없을 때다. 금주에 스포츠신문들은 '이영애 노브라'를 끝으로 진면목을 보여주는 동시에 김병현 선수를 폭력범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굿데이>는 2003년 11월 10일 본인의 동의 없이 야구선수 김병현의 사진을 찍다가 사진기자가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본지 기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직전'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사진으로 담아 현장감 있는 보도에도 충실했다. 언론을 외면하는 것은 팬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는 부연설명까지 친절하게 곁들인 이번 기사는 인터넷을 들었다가 놓았다.

그러나 평소 스포츠지를 신문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네티즌들의 입장은 좀 다른가 보다. 사건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인터넷은 평소 국민의 알 권리만 존중해 왔던 스포츠지에 대한 네티즌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굿데이>의 언론관은 중견 탤런트 박원숙 아들의 빈소에 우연히 이승연과 김민종이 함께 들어왔다는 기사(이승연·김민종이 나란히?)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일간스포츠>는 '이영애 노브라'(2003년 11월 6일)라는 특종을 발굴했다. MBC 사극 <대장금>에서 이영애가 한복 맵시를 위해 브래지어를 벗었다는 줄거리다. 부제는 예상대로 '대장금 출연진 전원 벗었다'. 다음주쯤에는 양말을 벗고 버선을 신었다가 1면을 차지하지 않을까?

그밖에 <일간스포츠>는 류시원과 서지영이 둘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랑을 키워 나갔다는 기사제목을 “류시원-서지영 '비밀의 방' 밀회”라고 지어, 독자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신문마다 어떤 제목으로 뽑았는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를 안겨줬다.

<스포츠조선>의 이니셜 기사도 뛰어났다. 탤런트 E군 '미스터리 애정행각' (2003년 11월 6일) 에 등장하는 이니셜은 A군과 B양, C군, D양, E군, F씨로 모두 6개. 탤런트 E군의 복잡한 사생활을 다룬 이 칼럼(최근 스포츠지엔 기사보다 외부인이 쓴 칼럼을 많이 활용한다)은 머리 나쁜 사람은 옆에 도표가 없으면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황지희 객원기자nab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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