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강제 공급', 정말 가능할까?
코로나19 백신 '강제 공급', 정말 가능할까?
  •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 승인 2021.03.06 10:37
  • 수정 2021-03-07 2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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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여 특허로 말하라]
감염병 대유행 상황서
백신 특허권 예외적 사용허가 법안 나와
국내 제약사 백신 개발로 이어질까
따져보면 '글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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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혹시 모더나? 어느 개발사의 백신을 맞게 될지가 모두의 관심사이다. 특허를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혹시 이들이 특허된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과도하게 요구한다면 추가적인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만 그런 걱정을 하는 게 아닌 듯,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특허권자의 허가 없이 특허기술을 사용하고 추후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실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특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됐다.  앞서 독일과 캐나다 등도 감염병 관련 위급상황에서 국가가 예외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특허법 제도를 손봤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코로나19 백신의 긴급한 필요성 때문에 현행 강제실시권 법률을 개정해서 제도를 고쳐서 침해 걱정 없이 특허 내용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개발해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특허권 무력화 조치의 반대급부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감수할 정도로 실익이 있을까?

사실 백신 개발사들은 아직 한국에 특허출원을 하지 않았다.  특허권은 속지주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국가별로 등록을 해야 해당 국가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최초로 성공한 화이자를 예로 들면, 한국에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한국 특허를 등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화이자는 미국 출원일로부터 1년 안에 한국 출원을 하거나, 국제출원을 한 후 미국 출원일로부터 31개월 안에 한국에 번역된 명세서를 제출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두 루트의 가장 큰 차이는 한국에 출원할지를 고민할 기간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통상 글로벌 제약사는 기간의 이익을 활용하기 위해 국제출원을 거쳐 국내 출원을 진행한다. 시장상황과 여러가지 제도에 의한 독점가능기간을 살피며 치밀한 계산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치밀한 계산을 해봐야 한다.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보바스기념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첫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성남시청
2월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보바스기념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첫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성남시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BNT162b2")를 예로 들면, 미국에 출원된 특허의 내용, 출원 시점, 백신과 특허 내용의 구체적인 관련성에 대해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특허는 출원한 시점에 바로 그 내용과 출원일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고, 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뒤에야 공개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시기로부터 역으로 계산해보면 백신 물질 "BNT162b2"의 윤곽은 2021년 하반기 이후에나 공개될 것이다.

출원 명세서가 공개된다 해도, 바로 복제품 백신을 만들 수는 없다. 특허 명세서는 기술의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제품 제조 설명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출원 정보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데다, 세계 최초라는 mRNA 백신은 아직 제대로 된 연구설비∙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곳도 극소수이다.  바이오 복제약은 화합물 복제약보다 허가요건도 훨씬 까다롭다. 특허 내용이 공개되고, 실시권이 허용된다 해도 백신 시밀러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가질 수 있다면, 원개발사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허용해 백신 개발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번 코로나19 백신들은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시급성 때문에 유례없이 빠른 시간 안에 완전히 새롭고 간소화된 프로세스를 거쳐 승인됐는데, 변종바이러스가 나오면서 후속 버전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보관 안정성 등이 개선된 다음 세대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처럼 업그레이드된 백신이 나오면 예전 백신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강제실시권을 통해 백신 시밀러를 만들어도 정작 새 백신에 밀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선구매 물량이다.  대다수 국가가 온 국민이 접종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양의 백신을 계약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7900만 명 분량을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단기간 안에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황이고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수요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꾸준하게 대량으로 요구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 외국 제약사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강제실시권 확대나 원개발사의 특허권 포기가 국내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 의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에 우리는 이미 초국적 제약회사 로슈사의 HIV 치료제 푸제온과 관련한 강제실시권 논의와 국내 푸제온 공급 중단이라는 역풍을 겪어본 적이 있다.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지식재산권 행사에 대비하는 논의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깊은 고민 없이 바꾸는 제도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역으로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신문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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