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내일은 미스트롯’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TV조선

 

트롯열풍의 진원지인 ‘내일은 미스트롯’(TV조선)의 두 번째 시즌이 최고 시청률 32%에 이르며 시즌 1에 이어 순항 중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오디션 무대는 고된 미션 준비와 빡빡한 일정,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성인들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전장에 어느 순간부터 청소년 심지어 어린이까지 끼와 재능으로 무장하고 참전하기 시작하였고, 더 이상 미성년 출연자들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초등학생이 2명이나 결승전에 포함된 ‘미스트롯2’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본 적 없는 낯선 구도이다.

‘미스트롯2’는 오디션 예선에 ‘초등부’를 신설하며 경연 무대에 어린이를 본격적으로 내세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그 결과 ‘청학동 소녀’ 김다현(13세)과 ‘감성 천재’ 김태연(10세)이 ‘Top 7’에 오르며 성인 참가자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앞서 <미스터트롯>에서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방송 활동 중인 정동원(참가당시 14세)의 성공을 보면서 ‘어린이 트롯’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방송제작진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흔히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아이들의 순진무구함과 그로 인해 생기는 각종 해프닝과 에피소드로 인한 재미와 웃음이다. 이때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은 어른이 지닌 성숙함과 능숙함, 자기절제능력과 대척점에 있는 미숙함과 어눌함, 여린 속마음의 또 다른 말이다. 그런데 ‘미스트롯2’에 출연한 어린이들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오락 프로그램 속 어린이의 모습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미 결승전에 진출한 김다현, 김태연을 포함하여 초등부 예선 참가자들은 실력을 뽐내며 전원 본선 진출이라는 진기한 기록을 세운바 있다. 이러한 어린이들의 모습은 수많은 연습과 오랜 준비로 성인 참가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신동’ 혹은 ‘천재’로 일컬어지며 감탄사를 불러오는 ‘어른이’(어린이+어른)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천재적인 실력에 어린이의 순수성과 귀여움으로 무장한 이들 참가자들의 모습은 프로그램 시청자들의 응원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내일은 미스트롯’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TV조선

오락 프로그램은 겉으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경우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 김다현과 김태연의 무대에 제작진들은 자막으로 ‘아장아장, 사부작사부작, 장난감 왕국 인형 등장, 폴짝, 콩콩’과 같은 어린이들의 귀여움을 강조하는 자막을 입힘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준결승전에서 맞붙은 둘의 대결은 경쟁 구도를 극대화하는 멘트와 설정을 통한 신경전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대결을 재미와 웃음의 대상으로 활용한다. 또한 무대의상과 제스처, 율동을 통해 어린이의 귀여움을 부각하는 무대연출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랑과 회한이 담긴 노래를 소위 ‘지천명 감성’이라 일컬어지는 성인들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 부를 것을 요구받는다. 이들은 어린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성숙함과 능숙함을 다 갖춰야만 하는 것이다. 성인 참가자들은 실력과 좋은 인성을 보여주면 되지만, 아이들은 거기에 순수함까지 잃지 말아야하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령층이 점점 어려지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한 경쟁의 시대,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경쟁에서 이겨 생존하는 것,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칭송받는 능력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어린이들에게도 남들보다 더 빨리 재능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진로를 결정하여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한다는 어른들의 가치관과 강박관념이 투영되어 자꾸 오디션 참가 연령이 어려지는 것은 아닐까? 이는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의 부모와 시청자들의 응원 속에는 아이들의 성장을 기다려줄 시간이 아까운 혹은 없다는 어른들의 조바심이 섞인 것일 수도 있다.

어린이를 내세운 오디션의 흥행과 출연진의 성공은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과 미성년 출연자들의 등장을 가속화할 것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들의 권리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 제작진의 이들에 대한 보호 의지와 시청자들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동의하에 방송에 출연하지만 본인의 행동과 말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숙고는 힘들다. 오히려 제작진의 개입과 의도에 맞춰 프로그램에서 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방송 출연 이후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에 어린이들의 방송 출연과 연출에 이들이 웃음의 대상으로, 더욱이 악플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자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시청자들 역시 아이들을 성인의 관점으로 대하기보다는 성장을 느긋하게 기다려줄 수 있는 이해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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