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평화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홍정훈(왼쪽), 오경택(왼쪽 세번째) 씨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평화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2명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선고 원심을 확정했다. ⓒ뉴시스·여성신문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평화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홍정훈(왼쪽), 오경택(왼쪽 세번째) 씨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평화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2명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선고 원심을 확정했다. ⓒ뉴시스·여성신문

그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예정이라 말했을 때, 그를 사랑하는 친구들은 모두 만류했다. 그 길이 고행의 길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사회적 낙인, 빨간줄, 불안정한 미래 등. 모든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주로 종교적 이유의 병역 거부로 여겨지지만 그는 평화적 신념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했다. 그는 용역 깡패들이 강남구에 있는 작은 판자촌 마을인 포이동 집들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국가폭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목격한 후 침묵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었다. 그는 80년 광주의 항쟁을 기억하고자 노력했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세상에 대해 반기를 들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 소견서에 이렇게 썼다.

“전쟁을 준비하고 사회 전반에 폭력을 확대 재생산하는 조직, 시민들의 자유로운 목소리보다 정권의 요구에 더 충실한 조직, 성소수자를 색출하여 처벌하고 자기 구성원들을 함부로 굴리는 조직, 그런 조직인 군대에서 반전과 평화, 공존을 모색하고자 하는 저의 양심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와 오랜 대화를 나누고, 그의 재판 과정을 살펴보며 그의 양심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그가 본 것과 생각한 것에 충실한 사람이었고, 국가폭력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재판을 밝고 있는 사이, 한국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가 허용되었다. 대체복무가 교정시설에서 3년 동안 합숙하는 것만 허용되었기에 여전히 징벌적이긴 했지만 최초의 대체복무 인정된 것은 중요한 사실이었다. 그의 친구였던 우리는 그가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1심 재판도, 2심 재판도 유죄 판결이 나왔다. 그가 80년 광주 항쟁에서 총을 들었겠냐는 질문에 “80년 광주에 있었으면 총을 들었을 것이다”라 답변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치는 집회에 참여하여 얻은 전과도 문제가 되었다. 재판부는 국가폭력과 그 국가폭력에 대항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을 분간하지 않았다. 참으로 ‘양심’ 없는 판결이었다. 마지막 대법원 판결에 희망을 걸었지만, 지난 2월 25일 대법원은 끝내 그의 양심에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끝난 이후 그는 나를 찾아와 웃었다. 그러나 나와 친구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난감해했다.

병역거부자 오경택은 곧 수감된다. 오경택과 비슷한 이유로 병역거부를 선택하는 이들을 생각한다. 긴 시간 오경택의 싸움을 목격하며 알게 된 것은, 어떠한 누구도 한 사람의 양심을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를 사랑하는 친구였던 우리도, 재판장도 그것에 실패했다. 필요한 것은 양심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확장하는 일이었다.

국가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감옥에 가지 않는 내일이 오기를 바란다. 유감스러운 재판부의 사고방식도 언젠가 바뀌길 바란다. 감옥에 갈 오경택이 조금이라도 편했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오경택이라는 한 명의 병역거부자를 기억하길 바란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기본소득당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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