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너무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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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교내 수학경시를 보던 날 아침이었다. 우리집에는 6학년과 4학년 남자아이 둘이 있다. 둘째는 4학년인데도 시험이라 긴장을 하고 얼른 챙겨서 학교를 간다. 나는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엄마:주훈아 수학 경시 침착하게 천천히 봐. 너가 열심히 준비했지만 어려운 게 나올 수 도 있고 잘 풀지 못할 수도 있는 거야. 너무 긴장해서 어렵다고 속상해 하지 말고 그냥 풀어. 알았지? 그러고 또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 답도 생각 날거야.

주훈:알았져. (불분명한 발음과 작은 목소리로 최대한 애기처럼 대답한다)

문을 닫고 나간 주훈이가 바로 벨을 눌렀다.

엄마:어? 왜? 뭐 놓고 갔어?

주훈:아니, 여기 신문. 신문 어디 갔져? (여전히 애기처럼)

엄마:어? 신문 엄마가 들여왔어. 아유 기특해라. 그것까지 신경 썼어? 세상에. 예뻐. 어서 가~ 잘 갔다와. (콧소리까지 내며)

돌아서면서 만약 큰 애였다면, 나는 바로 '야! 지금 신문 신경 쓸 때니? 어서 가. 가서 한 장이라도 더 풀어봐!'라고 했을 텐데. 그런데 큰애는? '얘는 뭐하느라 아직도 화장실에서 안나오는 거야?'

엄마:(화장실 문을 쾅 쾅 두들기며.) 야! 승훈아 뭐해? 아직도 안 나오고?

승훈:(느긋하게) 알았어.

엄마:빨리 해. 어서 빨리 옷 갈아입고 빨리 가. (준비를 다하고 현관문을 나서려는 승훈을 세워 놓고)

엄마:시험 차근차근하게 풀어라. 덜렁대지 말고 꼭 한 번 검토해야 돼!

승훈:엄마, 너무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엄마:뭘 너무해?! 뭘~ 어서 가기나 해. 시험 잘 봐.

승훈:엄만 맨날 그래!!!

문을 닫고 가는 큰 애 뒷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이 얼마나 허망한지. 왜 큰 아이에게는 말이 곱게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부모 역할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온 어머니들이 큰애와 작은애를 대할 때 왜 그렇게 다르게 대하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는 유아기에 형성된 부모 및 형제와의 관계가 성인이 된 후까지도 계속된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부모가 자녀들을 대하는 태도는 각각 다르다. 특히 첫째와 둘째를 대하는 태도는 부모마다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첫아이는 이성으로 대하고 둘째 아이는 정으로 대하는 경향이다.

첫아이는 자녀의 양육에서 시범 경우인 만큼 첫 단추를 잘못 채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부모가 긴장을 많이 한다. 그래서 바른 아이, 모범생이 될 것을 더 많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반면 둘째는 첫째를 통해 경험한 시행 착오를 바탕으로 기대 수준을 많이 낮추게 된다. 또한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처럼 정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첫 애에게는 엄하고 딱딱한 엄마가 되고 둘째에게는 부드럽고 정 많은 엄마가 된다. 부모 자신은 느끼지 못하지만 자녀들은 이런 부모의 태도 차이를 감지하고 행동에 반영된다.

위 사례에서도 승훈이가 '엄마 너무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보낸 신호를 읽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구나 너 순간 서운했겠다'라든가'내 마음 읽어주지도 않고 시험만 잘보라고 해서 엄마가 미웠겠구나'라고 승훈이의 마음을 읽어줬다면 분명 승훈이는 두 손을 저으며 '아이 아니예요'함박 웃으며 '다녀오겠습니다'라며 현관문을 나설 것이다.

이애숙 부모역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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