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격월간지 <민들레> 발행인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징계받은 학생을 학교장이 의뢰하면 소년원에서 특별교육을 받도록 하는 법안(소년원법 개정안 42조 2항)이 통과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문제(?)학생들은 소년범들과는 따로 지내지만 사실상 강제로 합숙교육을 받는다. 교육기간 동안 면회와 외출이 엄격히 제한되고 기상과 취침시간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거의 교도소나 병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교육내용도 주로 준법정신을 고취하는 심리치료와 진로지도라고 한다.

학교장 재량으로 특별교육을 위탁한다지만 말이 위탁교육이지 스스로 교육을 포기하고 교도소에다 아이를 맡기는 꼴이다.

지난 80년대에는 삼청교육대가 그런 역할을 했다. 그런 특별한 교육(?)을 받고 나서 문제학생이 문제 없는 학생이 될 수 있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물론 법과 질서를 지키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학교에서 교칙을 위반하는 학생들을 엄하게 다스리는 것은 필요한 처사라고 볼 수도 있다.

민주적 교칙이 우선

그러나 준법정신을 강조하기 전에 학교의 법이 제대로 된 법인지 부터 살펴볼 일이다.

무엇보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강제하고 있는 법(교칙)은 학생들이 동의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강제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내용을 살펴보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조차 무시하고 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거의 국가보안법에 버금가는 학교보안법이라 할 만하다.

중학교 1학년 도덕교과서에서 교칙의 예로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체육복 차림으로 등하교하지 못한다''삭발, 염색, 파마를 하거나 무스나 스프레이 등을 해서는 안 된다''실외화는 운동화로 하며, 슬리퍼, 고무신, 신사화, 굽 높은 신발, 에나멜화, 가죽샌들, 흰색 단화, 끌신, 장화 등의 신발을 금한다'이런 법도 법이라고 지키도록 강제하는 교육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에도 저런 교칙을 고집하면서 창의성 운운하는 학교가 참 신기할 정도다.

법보다 '인간'

사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아이들을 길들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기관인 셈이다. 국가보안법도 혹독한 노동규칙도 군소리하지 않고 지키는 국민과 노동자를 원하는 정부와 기업, 또 이런 사회에 잘 적응해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출세하기를 바라마지 않는 부모들의 요구대로 말 잘 듣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 오늘날까지 사실상 학교교육의 목표가 아니었던가?

이를 위해 도덕 교과서에서는 악법도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논리까지 편다. 소크라테스가 그래서 독배를 들이마셨다면서.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에 대한 기록 어디에도 악법이란 낱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인간(사회)을 위해 법이 있지, 법을 위해 인간(사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방해가 되는 법은 하루 빨리 바꾸는 것이 선(善)이다. 준법정신을 강조하기 전에 무고한 시민을 범법자로 몰고 가는 법부터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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