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_이제_시작](상)
용화여고 스쿨미투 이후 '2차 가해' 심각
"교내 모든 문제 관여 못한다면…
최소 공론장이라도 마련해야"

2018년 4월 용화여고 창문에 스쿨 미투를 알리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제공
2018년 4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의 스쿨 미투가 나오자, 용화여고 재학생들은 창문에 '#WITH YOU' '#ME TOO' 등의 문구를 만들어 붙여 연대했다.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제공

 #스쿨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이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학생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용화여고 전직 교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아직 교단에 서는 가해교사들이 있고 2차 가해의 가능성을 묵과할 수 없다. 이제는 학생들이 아닌 교육 당국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용화여고 전직 교사 A씨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학교 교실과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제자들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재판부에 넘겨졌으나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용화여고 학생들은 시민단체와 함께 서명운동, 1인 시위 등을 통해 이 사건을 공론화한 끝에 A씨는 결국 기소됐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1심에서 A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18년 10월 27일 10대 페미니스트 액션단 ‘작당모의’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스쿨미투_포스트잇_액션’을 진행하는 모습.  ⓒ여성신문 
2018년 10월 27일 10대 페미니스트 액션단 ‘작당모의’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스쿨미투_포스트잇_액션’을 진행하는 모습.  ⓒ여성신문 

‘스쿨 미투’의 상징,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2018년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모여 모교의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위원회를 결성하며 시작됐다. 그해 4월 재학생들도 선배들의 취지에 공감하며 창문에 ‘위드유(WITH YOU)’, ‘위캔두애니씽(We can do anything)’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이며 스쿨미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용화여고는 스쿨미투의 도화선이 돼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용화여고와 비슷한 시기에 법적 절차를 밟은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의 스쿨미투는 가해 교사에게 1심에서 징역 선고 및 법정구속을 내렸다. 그밖에 노원구와 도봉구에는 대진여고·정의여고·염광중 등 총 5개의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촉발했다. 이때 학생들의 용기에 어른들도 함께 하겠다는 취지로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구성됐다. 

2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복부지방법원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가 '용화여고 스쿨미투 사법정의 실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해 6월 23일 44개 여성단체가 주최한 '용화여고 스쿨미투 사법정의 실현'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가해 교사 엄중 처벌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3년이 흘러 1심 선고 이후 이제는 사회와 교육계가 학생들 보호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성명을 통해 “용기를 내어 스쿨미투 운동을 벌인 학생, 이에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 시민들의 행동을 지지하며, 금일 선고된 스쿨미투 사건의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2차 피해에 노출된 학생들의 보호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사대상에 올랐던 교사들은 자신을 지목한 학생을 찾아내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고, A씨는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에게 기소 직전 문자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사회와 교육계는 2차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경숙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회원은 실제로 용화여고 스쿨미투의 2차가해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최 회원은 “가해 교사가 피해 학생에게 ‘이야기 할 수 있니?’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며 “피해자는 그 문자를 받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피해자인 자신의 신분이 노출됐다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해교사는 법정 최후진술에서 신고자가 누구인지 알게 됐을 때 '딸을 잃은 것 같았다'라는 말을 했다.

그는 3년간의 스쿨미투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 또 다른 스쿨미투 피해자가 나왔을 때 스쿨미투를 하라고 제안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원은 “사건이 터졌을 때 교육청과 경찰이 처리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든 사법처리 과정은 청소년인 학생 당사자가 직접 해야 한다”며 “피해를 당했지만 피해자 스스로가 기억하기 싫은 경험을 끄집어내어 진실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2차 가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회원은 스쿨미투 원인의 구조·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학교 선생님들의 성인지감수성이 향상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한 용화여고 같은 경우 18명의 교사가 징계를 받았는데 이 정도면 학교 문화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사립학교의 권력구조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교육청과 같은 관리 당국은 전수조사를 실시해 학교의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지혜 위티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사무처장도 “2019년 1월 가해교사 A씨 관련 불기소 이유는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 어려운 학교 문화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특히 사법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친권자의 압력이 있었고 보호자를 대동하라는 수사기관의 요구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무처장은 교육청은 학생들이 성평등 논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없다면 최소한 공론장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대책”이라며 “또한 학생들은 가해교사를 처벌해도 학교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내 페미니즘 교육 논의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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