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의 어린이 스포츠클럽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의 어린이 스포츠클럽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3.02 09:30
  • 수정 2021-03-05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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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봄에 한번 그리고 가을에 한번 1주일씩 학교스포츠 방학이 있다. 봄에는 2월 중순부터 3월초, 그리고 가을에는 9월 중순에서 10월 초까지 전국의 초등학교가 지역편차를 두고 스포츠방학에 들어간다. 봄스포츠 주간 동안 부모와 함께 야외나 실내 겨울 스포츠를 즐긴다. 올해는 활강스키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스웨덴의 중북부 지방으로 스포츠방학을 보내는 것이 대세가 된 듯 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이탈리아 북부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알프스지역의 스키휴양지에 다녀오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으나 올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작년 이맘 때 쯤 스웨덴은 스키여행을 다녀온 수많은 가족들이 빠르게 코로나를 확산시킨 아픈 경험이 있어 올해는 아예 해외여행금지를 시켰고, 국내에서만 여행을 허용하고 있다. 8명 이상이 모이는 사적모임은 참여할 수 없지만 가족단위의 겨울스포츠를 위한 이동은 가능해 전국의 인기 스키휴양지인 오레(Åre), 이드레 (Idre), 셀렌 (Sällen) 등의 도시는 이미 예년보다 훨씬 더 높은 예약율로 오랫만에 관광지역 주민들이 활짝 웃었다.

스웨덴은 겨울이 길어 북쪽지방에서는 걸음마를 떼면 스키나 아이스하키를 배운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인구에 비해 세계최고의 겨울스포츠 강국이 된 이유도 바로 저변이 넓은 어린이 아이스하키와 스키클럽이 있어 가능했다고 할 만하다. 활강스키, 노르딕스키, 아이스하키, 스노우보드 등이 인기가 높으니 전국적으로 어린이 겨울스포츠 클럽이 성황을 이룬다. 스포츠클럽의 특징은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가 아니라 시지역단위에서 등록된 클럽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다수의 부모들과 자녀들이 직접 참여해 클럽이 결성되면 부모 중 한사람이 코치를 맞거나 외부에서 코치선생님을 모셔 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의 작은 클럽일수록 전문코치보다는 부모 중 한사람이 코치를 번갈아 가면서 맡아서 운영하기 때문에 가족과 같은 분위기로 팀이 운영된다. 재정은 회원비로 주로 충당하고 시체육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회원수가 많은 인기종목일수록 재정상황은 더 좋아지는 구조다. 평상시 저녁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지만 지역내 리그제도가 정착되어 있어 지역팀 간의 경기에 참여하기 때문에 자질이 있는 어린이들의 스포츠에 대한 참여와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옆 동네팀과 원정경기가 있는 날에는 부모들이 번갈아 차를 몰고 아이들과 함께 참여를 하게 된다. 주말에 주로 치러지는 토너먼트 경기는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이동하면서 다양한 단체생활을 체험하는 교육실습 현장이 되기도 한다. 자녀와 함께 부모들도 함께 응원하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클럽회원들끼리는 소속연대감이 강하게 자리잡는 것이 특징이다. 집단따돌림이나 또래폭력 등의 문제가 쉽게 발생하기 어려운 열린 구조이기도 하지만 문제가 발생되면 클럽 전체가 관심을 갖고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에 개인간의 갈등과 충돌로 진행될 확률은 매우 낮다.

겨울스포츠 뿐 아니라 축구, 수영, 승마, 테니스, 배구, 핸드볼, 농구, 싸이클링 등의 스포츠도 전국적으로 지역클럽제로 운영된다. 2020년 스웨덴체육회의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7-14세 어린이 중 1주일에 한번 이상씩 클럽에서 활동하는 비율이 94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클럽활동은 청소년들의 여가 및 취미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15-19세의 청소년들도 87퍼센트가 1주일에 1회 이상 클럽활동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자녀를 둔 가정은 클럽활동으로 한 주가 시작되고 한 주가 마감된다고 할 정도로 전국민생활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저녁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야외스포츠 시설들이 켜 놓은 야간조명 아래서 동네의 중요한 행사처럼 치른다. 인기스포츠뿐 아니라 승마나 펜싱, 수영, 다이빙, 피겨스케이팅, 실내하키 등의 비인기 종목도 전국적으로 클럽들이 활동하고 있어 취향과 재능에 맞는 스포츠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고가시설이나 장비 혹은 경주마 같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스포츠는 시에서 보조하거나 직접 운영시설을 갖고 있어 부모의 경제사정 때문에 특정 스포츠를 배우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국적으로 승마클럽이 860개가 등록되어 있고 15만명이 청소년들이 승마를 배운다. 그 중 91퍼센트가 여학생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상황은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핀란드도 비슷해 인구가 작은 나라들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승마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비인기종목인 수영이나 카누도 비슷한 구조다. 지역 클럽에서 어린이 클럽반을 운영하고 있어 카누와 수영에서도 세계적 선수들이 발굴되기도 한다.

스웨덴에서 국민스포츠 영웅은 어릴 적 가족같은 클럽활동에서 꿈이 싹트고 성장해 세계적 선수가 되었다고 말한다. 기업에서도 아마추어 체육클럽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선호한다. 그들의 팀을 위한 희생과 스포츠맨쉽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엘리트 스포츠 육성제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학생선수들의 수업 몰입도나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고, 코치와 선수, 선수간의 폭력 문제가 종종 사회이슈로 등장하기도 한다. 지금 학폭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는 배경에도 엘리트선수제도의 부작용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스타기질이 있고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늘에 가려진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희생양이 되기 쉽다. 이 기회에 국가적으로 엘리트선수 육성제도에 대한 틀을 기초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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