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0대가 10대를 연구할 때 마주하는 문제
[세상읽기] 10대가 10대를 연구할 때 마주하는 문제
  •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21.02.27 12:57
  • 수정 2021-03-02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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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에 대한 환상과 욕망은 강렬하다. 내가 한동안 가져온 ‘정답’은 청소년 당사자 참여형 연구가 더 ‘참되고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청소년의 삶에 대해 탐색하는 연구자로서 취할 수 있는 보다 윤리적이고, 평등하고, 타당한 접근이 청소년이 청소년을 직접 연구하도록 조력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많은 가능성을 확인했다. 내부자로서 10대 당사자의 연구를 통해 심층적이고 풍부한 서사들을 발견하고 기존의 시각과 논의를 확장할 수 있었다. 10대들 스스로 자신을 탐구하고, 말하고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던 것도 뜻깊었다. 사회학자 존 맥나이트의 말대로, “문제로 정의되었던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공간을 만들어 간 시도들이었다.

하지만 이를 궁극의 방법으로 삼는 것은 한계를 덮어두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게 했다. 청소년참여실행 연구는 치명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교육학자 키사 나이그린이 지적했듯, 청소년참여실행연구는 조력자인 비청소년이 ‘절대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지위의 우위를 가지고, 기존 구조에서 더 많은 이익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사회경제적 권리를 충분히 가지지 못한 청소년의 위치에서 조력자와 자원 없이 연구를 시작하거나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함께 작업한 청소년 연구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가고 있으나 현재 신문에 칼럼을 쓰는 것은 기성 연구자이다. 이런 한계를 감출 수는 없다.

단순히 한계와 모순 때문에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한계는 언어와 사유의 본질적 속성이지 결함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계가 곧 폐기의 사유는 아니다. 오히려 한계 없는 답에 몰두하면 또 다른 정답이 있을 거라는 환상에 시달리게 된다. 나의 경우, ‘참되고 이상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 시야가 가장 좁았다. ‘궁극’의 접근은 논의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 답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 “진리”이자 “본질"이라는 믿음은 정답에 ‘미달'하는 존재에 대한 계몽 또는 ‘손절’과 심판을 남긴다. 계몽, ‘손절’, 심판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던가? 풍부하고 복합적인 존재인 인간은 납작해진다. 예측 불가능의 시대, 좁아진 시야와 정답이 가능하다는 오만함은 치명적이다. 청소년 참여형 연구 방법을 궁극적인 지향점이 아니라, 청소년이 이 사회의 동료 시민으로서 목소리 내는 하나의 도구로 이해할 때 들끓던 마음이 조금 잔잔해졌다.

기본적으로 청소년이 청소년을 연구하는 작업에는 필연적인 모순이 있다. 청소년을 특정 카테고리로 대상화하는 것을 피하면서, 동시에 청소년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청소년들은 자신을 ‘청소년’이라는 특정 연령대에 넣어 일반화시키는 것에 대하여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연령 이외에도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청소년이 내부적으로 동질 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즉, 청소년은 청소년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 때로 청소년과 비청소년 사이의 경계는 생각만큼 선명하지 않다. 나와 그가 비청소년-청소년의 위치로만 만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연령 차이로 인해서 보다는 나의 고질적인 모범생 기질이 더 많은 긴장을 유발할 때도 있었다. 비청소년으로서 위치성은 한계이기도 하지만, 연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청소년이 아니지만, 청소년과 함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고통을 공유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서로 달라도 연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여성학자 조앤 스콧은 페미니즘이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여성이라는 본질적 카테고리가 없음을 주장하는 역설적인 작업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소수자로서 청소년을 이해하는데 여성 주의는 영감을 주고 돌파구를 모색하게 한다. 청소년의 목소리는 세상에 들려야 한다. 그렇다고 청소년이라는 고정된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독립적인 주체로서 청소년의 권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상호의존적인 존재다. 매일은 모순과 역설의 불규칙한 박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설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유연한 몸과 마음이다. 청소년들과 나는 때로 흐르는 물도 되었다가, 꼼짝하지 않는 돌도 되었다가, 손에 잡히지 않는 연기가 되기도 하면서 함께 이 시기를 견디고 있다.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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