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착취의 시작 ‘그루밍’ 처벌하고 ‘위장수사’ 도입한다
디지털 성착취의 시작 ‘그루밍’ 처벌하고 ‘위장수사’ 도입한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2.27 08:53
  • 수정 2021-03-02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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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아동·청소년 성착취 목적 대화 지속·반복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사법경찰이 가상의 신원 만들어
성범죄자에 접근하는 '위장수사' 가능
네덜란드 아동인권단체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는 2013년 아동 대상 음란 화상채팅을 막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스위티(sweetie)’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냈다. 10세 필리핀 소녀로 설정된 스위티가 화상채팅을 한 10주 간 70여개 국가에서 2만명이 넘는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Terre des Hommes 유튜브 영상 캡쳐
네덜란드 아동인권단체 ‘인간의 대지’는 2013년 아동 대상 성착취 화상채팅을 막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스위티(sweetie)’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내자, 2만명이 넘는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를 막기 위해선 그 시작인 온라인 그루밍 행위를 처벌하고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범죄 특성상 위장, 잠입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Terre des Hommes 유튜브 영상 캡쳐

온라인에서 성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반복할 경우 처벌하는 이른바 ‘그루밍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루밍(Grooming)은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여 성착취를 쉽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법 개정안’(아청법)을 재석의원 240명 가운데 찬성 236명(반대 0명, 기권 4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를 목적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반복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그루밍’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 전에는 아동·청소년의 ‘성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유인·권유만 처벌할 수 있을 뿐, 정보통신망에서 성적 목적으로 접근해 대화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수출·수입하는 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아, 아동·청소년에 대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국가가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신분 비공개하거나 위장해 
수사하는 잠입수사도 가능

개정안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신분을 비공개하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는 특례를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으로 사법 경찰 관리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범죄행위와 관련된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으며 △범죄의 혐의점이 충분히 있는 경우 중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신분을 위장해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성착취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위장수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아동인권단체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는 2013년 아동 성착취를 막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10세 소녀로 설정된 ‘스위티(sweetie)’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내 전 세계에서 아동 성매수자 1000명을 적발했다. 당시 10주 간 2만명이 넘는 남성이 스위티에게 접근해 ‘그루밍’ 범죄를 시도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회의 상정 후 공포되며 6개월의 경과기간을 거친 뒤 시행될 예정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이번 법 개정으로 온라인 그루밍 등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아동‧청소년들이 성착취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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