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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희 / 대한무궁화중앙회 회장▶

호주제 폐지 내용을 담은 입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 여러 날이다. 그러나 과연 이번 회기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이 크다.

기존의 호주제로부터 생겨나는 모순을 접하다보면, 상식에 어긋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이를테면 가장이 일찍 죽은 집안의 경우 3살 먹은 손자가 어머니나 60세 먹은 할머니를 대신해서 호주로 등재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것은 현행 호주제가 '호주가 사망하면 아들, 손자, 미혼인 딸, 배우자, 어머니 순으로 호주승계 순위(민법 제984조)'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가장이 일찍 사망한 경우 실질적으로 집안을 이끌어가는 것은 손자의 어머니이자 집안의 며느리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또한 현행 호주제는 '자녀는 출생하면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하며, 아버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어머니의 성을 따르고 어머니 쪽의 호적에 입적한다(민법 제 781조)'고 되어 있고, '혼인한 여성의 경우는 남편이 호주가 되고 여성은 남편의 호적에 입적한다(민법 제826조 3항)'고 규정하고 있어 명백한 여성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

문제는 이혼시에도 이같은 규정이 효력을 발휘해, 이혼한 어머니랑 같이 사는 자녀의 경우는 주민등록상에 '동거인'으로 기재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재혼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혼할 경우에도 자녀의 성씨·본적·호적을 재혼한 남편의 것으로 변경할 수 없어, 자녀가 새 아버지와 다른 성씨 때문에 혼란을 겪어 어린 자녀의 정서불안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피해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간단하게 살펴본 이러저러한 문제들 외에도 호주제로 인한 폐해는, '남아선호'를 부추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낙태문제와 직결된다. 1년에 3만명에 달하는 여아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는 '범죄'에 간접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아 대 남아의 출생성비가 100:110.2(98년 통계)라는 매우 기형적인 성비불균형을 나타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제사회에서도 비웃음을 사고 있다.

지난 1999년 11월 UN인권이사회에서는 “호주제는 여성을 종속적인 역할로 위치 짓는 가부장적 사회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강화시킨다… 이 규약에 명시된 모든 권리를 남녀가 평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지 못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권고사항을 결의한 바 있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같은 유교문화권인 동양을 비롯 전 세계 어디에서도 부계혈통만을 인정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해놓은 나라는 없다. 시대적 조류에도 맞지 않는 다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도 1946년에 호주제를 철폐하였고 우리나라에 호주제를 심어놓고 간 일본도 1947년에 호주제를 개정한 바가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미풍양속'이라는 이유로 오늘날까지 존속시키고 있는 것은, 여성인권 후진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기 딱 좋은 일일 뿐이다.

이처럼 호주제는 시대적 흐름과 인권의 측면에서도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비교에서도 존속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어 보인다.

호주제 문제는 일반인이 오해하고 있듯이, 여권과 남권간에 투쟁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모든 제도와 법이 사회의 변화와 사회구성원의 의식과 맞물리면서 변화하고 발전해가듯이, 호주제도 그런 성질이다. 낡은 것은 없어지고, 새로운 것이 와야 하는 시기에는 좀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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