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여부 상관 없이
누구나 아이 나고 기를 수 있도록
가족 지원 예산 늘려야

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2002년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명 이하로 내려갔다. 약 49만명 태어났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였고,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실시했다. 2021년부터 4차 기본계획이 시작됐다. 그러나 2017년 출생아 수가 35만8000명이 되면서 처음으로 40만명 이하 수준이 됐다. 2019년 출생아 수가 30만3000명이었는데, 2020년 출생아 수는 약 28만명이다. 출생아 수 40만명 수준을 15년 정도 유지했다. 30만명 수준으로는 3년 버텼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여파이기도 하겠지만 이제 20만명대 출생아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다보니 인구가 급감하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신종 출산장려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결혼 하면 1억을 대출해 주되, 아이 셋을 낳으면 대출금을 전액 탕감해준다”는 이른바 ‘결혼드림론’이 등장했다. 기꺼이 허경영 선생의 뒤를 잇겠다는 어느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결혼하고 아이 낳는 부부에게 거의 2억원에 가까운 현금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할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런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의 삶의 질 향상이 아니라 선거에서 얻는 표 자체이다. 그러나 그들이 뿌린 돈이 ‘아이 울음소리’와 상관관계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이미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 현상을 경험한 서구 선진복지국가에서 보여주고 있다.

비혼출산에 대한 낙인 사라졌나

서구의 경험은 우리와 다르다고 강변할 수 있다. 다른 것 맞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서구의 젊은이들은 가족을 이뤄 살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청년들은 가족 만들기를 포기하고 있다. 서구의 청년들은 서로 좋아한다면 혼인신고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도 ‘신혼부부’보다 먼저 임대주택을 배정받을 수 있다.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청년은 혼인신고 없이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여자가 혼자 아이를 낳느니 임신중단이 선택이 된다. 혼인신고를 전제하지 않으면 ‘신혼부부 행복주택’ 신청 자격도 없다. 그래서 아예 사람과 함께 살 시도조차를 안한다. 혼자 임신하고 아이를 낳은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공감 수준이 높아진 듯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한국대중에게 그것은 연예인의 혼자 아이 낳기라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일 뿐이다. 일반인은 시도할 수 없는 가상현실이다.

서구와 한국의 경험이 이렇게 다르다. 지리적 국경 정도만 존재하는 현실에서 다른 나라의 (일반)청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국의 청년들은 생생하게 간접체험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삶의 다양성과 삶의 질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저출산 대응’만 한다. 그리고 ‘저출산 예산’을 내놓는다. 그러다보니 혼인신고를 조건으로 하는 출산장려금 경쟁이 벌어지고 ‘신혼부부’가 돼야 집이라도 한 칸 얻을 수 있는 기회에 다가설 수 있다.

‘가족복지지출 비율’ OECD 32위

결혼을 했든 안했든, 혼자거나 둘이거나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가족 지원 예산을 확대하면 된다. 여기에 더해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을 지원하면 된다. 어떤 형태든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가족을 지원하는 공공 가족급여(public family benefit)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이른바 ‘가족복지지출 비율’이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32위 정도다(2018년 현재). 구시대적 출산장려금이 아니라 가족 대상 보편적 사회보장제도의 미비가 저출산 현상의 주요인 중 하나라는 의미다. 혼인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아이를 키우는 가족(여성)에게 한국사회가 얼마나 투자하는지를 나타내는 가족복지지출이 저출산 예산을 대체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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