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시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시스

'명의신탁'을 통해 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팔아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명의신탁 자체가 불법이므로 횡령죄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B씨 소유의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로부터 '대신 맡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아파트를 명의신탁받았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서 명의만 다른 사람의 것으로 등기를 해놓는 행위다. 

주로 강제집행 면탈 등 불법적인 목적으로 쓰여 현행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아파트를 다른 이에게 팔았고, 검찰은 A씨가 다른 사람의 재물을 임의로 처분했다며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A씨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법으로 금지된 명의신탁에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횡령죄는 합법적인 위탁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이유에서다.

2심은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라며 "명의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존재하는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해 불법적인 관계이고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에게 횡령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다"라며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한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해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단으로 과거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할 경우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례는 바뀌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래의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양자간이든 중간생략등기형이든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명의신탁에서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님을 선언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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