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도 예술단체 직접적인 지원책 없어
30년 전통 민간 오케스트라 뉴서울필하모닉을 살려야

2020년 한 해는 우리 예술계로서는 스페인 독감과 비견되는, 페스트의 상황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암흑의 시기라는데 이견이 없다. 단지 국내 상황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팬데믹 공포가 일 년 내내 지속된 결과 국제적인 예술 활동 또한 꽁꽁 얼어붙었다. 평소 호황을 누리던 분야들이야 가진 돈을 아끼거나 그 돈으로 각자 활동을 영위하지만 호황 시기에도 근근이 풀칠하던 분야는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 삶을 구성하는 그 수많은 사회활동 분야에서 가장 치명상을 당하는 분야는 예술분야다.

물론 예술분야라고 해서 모든 예술을 다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쌀독이 바닥을 보여도 급여를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국공립 예술단체, 지자체 소속의 예술단체는 일반 공무원들이 코로나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듯, 코로나로 예술단체가 다 죽는다는 울음에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예년처럼 공연을 마음껏 펼치지 못해 예술가로서의 활동이 부진한 것에 대해 속상하거나, 공연 이외의 레슨 활동을 못해 조금은 아쉽지만 당장 쌀독이 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예술인들의 입장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공연이 없으면 당장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기는 했다.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활동으로 지난 일년 간 드문드문 예술인 특별지원책을 세우고 실제 많은 자금을 풀었다. 하지만 그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딱한 예술인들이 있다. 그건 예술인들을 고용하고 예술인들의 활동을 실제 지원해온 예술단체들, 단체장들이다.

예술인들을 직원으로 고용해서 지난 30년 이상 운영해온 예술단체들의 애로사항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특히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교향악단 (사)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구:서울필하모닉)은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정규 단원들은 악단에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 정부가 직장이 없는 자유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지원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민간 예술단체 단장들이다.

연주는 취소되는데 매달 1천만 원 이상 보험료는 꼬박꼬박 날아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오케스트라이자 가장 많은 정규직원을 둔 예술단체를 꼽는다면 우리 악단을 뺄 수 없다. 올해로 딱 30년이 된 연주단체로 국내 음악계는 물론 정부, 지자체에서도 우리 단체의 연륜과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정한다고 해서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것은 없다. 일부 오케스트라의 경우, 그래도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이번 코로나로 인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만 해도 당초 14회나 연주가 잡혀 있었지만 코로나19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12개나 줄줄이 취소되었고 그나마 겨우 2개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우리 교향악단은 당초 2020년 한해 동안 120여 회의 연주가 계약되어 있었다. 연주는 기업협찬공연 지자체초청 및 찾아가는공연, 오페라단 오페라 반주, 정기연주회, 갈라 콘서트 등 매월 10회 이상의 연주회를 개최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그중 무려 80회가 넘는 공연이 코로나19로 전면 취소되었다.

한 마디로 우리 오케스트라는 패닉 그자체입니다. 어떻게 극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더구나 중소기업에도 해당되지 않아 중소기업 대출도 막혀있고, 정규직 단원들도 개인 예술인들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에 호소해도 딱하다는 말만 할 뿐 구제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단장으로서 정규직원과 사원들에게 매달급여를 지급해야하는데 지급할 방법이 없다. 공연이 없다고 해서 급여와 4대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도 정규직원 40명의 4대 보험료 1천만 원 청구서는 꼬박꼬박 우편함에 꽂힌다.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사실상 일반 사업가들처럼 손익만을 따진다면 오케스트라를 벌써 해단해야 옳다. 한마디로 폐업해야 하지만 이 일도 그리 쉽지 않다. 40여명의 단원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 참으로 참담하다. 

120회 공연 중 80회 취소, 대부분 민간예술단체 폐업 위기

지난 1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른다. 2020년 1월에 단 1회의 공연만 펼쳤고 2월에는 3회, 3월, 4월, 5월, 9월, 그리고 2021년 1월은 단 한번의 공연도 못하는 등 그야말로 공연이 코로나 광풍으로 초토화 되었다. 프로젝트 예술단체는 공연이 있을 때만 단원들을 모아 연주를 치르면 그만이지만, 정규직을 둔 우리 오케스트라는 공연이 없어도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단장이 급료를 줄 형편이 안된다고 해서 이해해주는 것도 아니다.

사실 우리가 정규직을 둔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오케스트라가 상설 단체로 활동하거나 기업연주회 등의 기회를 얻으려면 정규단원, 즉 4대 보험에 가입한 정규단원이 30명 이상 되어야 제대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공연이 없을 때 이 문제는 단장에게 있어 커다란 족쇄가 돼버린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사업가들이 힘들지만 민간 예술단체장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우리 교향악단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019년까지의 연주활동으로 모아온 재정을 풀어 단원들의 급여를 해결해왔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그 자금이 완전히 고갈되면서 하루하루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단원들 40명 중 원하는 사람은 퇴직시키고 사무실 사무직 직원 6명 중 3명은 권고사직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예술단체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 마련해야

이런 사정은 비단 우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단체장들과 함께 이런 힘든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를 직접 찾아간 적도 있다. 오직 답답하면 세종시까지 찾아가겠는가. 예술인들이나 일반 민간 예술단체에 대한 일회성 지원 사업으로는 오케스트라의 위기탈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일반 개별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수십 년 동안 예술가들을 고용해온 민간예술단체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예술단체에 대한 경상비 또는 운영비를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 말로만 고용창출, 예술인 고용을 논하면서 실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예술단체 자체에 대한 지원책을 별도로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우리 교향악단은 올해로 탄생 30년주년 맞고 있다. 정부에게 강력히 호소한다. 30년 만에 문을 닫는 비극만은 꼭 피하게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안당 (사)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구 서울필하모닉) 단장 ⓒ김종섭 월간리뷰 편집인 제공
안당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구 서울필하모닉) 단장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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