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운영업체 선정 조건 두고 비판 나와
영화감독들 “운영비 지원 없이 저비용 구조 개편...
예술가·소비자 모두에 악영향“
기존 인력 ‘권고사직’ 등 비판도
KT&G “위탁업체 예정대로 모집...지원사업 축소 없다”

'KT&G 상상마당 홍대' 건물 전경.  ⓒKT&G
'KT&G 상상마당 홍대' 건물 전경. ⓒKT&G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했던 서울 마포구의 영화관 KT&G 상상마당 시네마가 올 하반기 다시 문을 연다. 재정비 방식을 두고 영화계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됐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이 계속되자 상상마당 시네마는 기존 영화사업부와 계약을 해지했다. 상상마당 시네마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소중한 극장을 지켜 달라’면서 독립영화인들이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동안 유수의 독립영화를 지원·배급해온 상상마당 시네마는 독립영화인들에게는 뜻깊은 공간이다. 

지난해 10월, KT&G는 극장 문을 닫지 않고 “재정비를 한 뒤 다시 문을 열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상상마당 시네마를 위탁 운영할 새 업체 모집 공고를 냈다. 문제는 재정비 방식이었다. 운영비 지원 없이 2년간 영화관과 부대시설을 무상으로 임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 8일 KT&G가 발표한 위탁 사업자 공모 이미지 ⓒKT&G
지난 8일 KT&G가 발표한 위탁 운영사 공모 이미지 ⓒKT&G

일부 영화인들은 KT&G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이소현·강유가람·이길보라 감독 등 그동안 상상마당을 통해 작품을 배급한 영화감독 15인과 한국독립영화협회·전국예술영화관협회 등 7개 단체는 ‘KT&G의 사회공헌 사업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상상마당 시네마의 위탁 운영사 모집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운영비 지원 없이 시설 무상임대만 하는 방식의 저비용 구조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은 사회공헌 사업의 대상인 예술가는 물론, 간접적인 수혜 대상인 소비자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뿐”이라며 “지금 추진하고 있는 상상마당 운영사 모집을 중단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독립·예술영화 생태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개편 방향을 다시 설계하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위탁 업체 재선정 과정에서 기존에 오랜 기간 영화사업을 담당해온 인력이 해고되거나 업무가 변경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대 상상마당 운영대행사인 ㈜컴퍼니에스에스는 영화사업부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해 8명 중 5명이 퇴사했다. 퇴사를 거부한 2명은 올해 1월 1일부로 영화와 무관한 업무에 배치됐다. 

감독 15명은 이에 대해 “기존의 영화사업부를 해체하고, 기존의 인력을 해고해 실업자로 내몰고, 다시 새로운 운영사를 선정하려는 것은 독립·예술영화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 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KT&G “위탁업체 예정대로 모집...지원사업 축소 없다”

KT&G 상상마당 시네마 극장 내 풍경 ⓒKT&G 상상마당
KT&G 상상마당 시네마 극장 내 풍경 ⓒKT&G 상상마당

KT&G 측은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5일 KT&G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KT&G 상상마당은 ‘상상마당 시네마’를 통해 앞으로도 독립영화 상영, 배급을 이어갈 것이며, 우수한 국내 독립·단편영화를 발굴할 수 있도록 영화인과 업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상영 중심 공간에서 ‘대화가 있는 영화관’으로 변화하는 등 업계 관계자와 관객 모두를 위한 소통 공간으로의 확대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KT&G 사회공헌실 관계자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객관적으로 공평하게 시네마 관련 파트너사를 모집한다는 취지로 공모 사업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성명서를 제출한 감독 중 한 명과는 사업 공모 담당자가 통화했다며 “(감독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직접 만나서 말씀을 듣고 오해를 풀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공식 성명을 통해 상상마당 시네마 관련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말씀을 계속 드려왔다”며 “지원사업이 축소된다는 주장도 있던데 사실이 아니며, 지원은 동일하게 유지되며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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