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다가온 2021 재보궐 선거
15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에서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언급 없어
'그때 그사람들'로는 새로운 희망을 찾기 어려워
꿋꿋이 버티는 청년 여성 정치인들에 희망을 찾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오른쪽), 우상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오른쪽), 우상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지난 15일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1 재보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는 예년만 못하다. 박영선, 우상호 여권 후보 뿐 아니라 나경원, 오세훈, 안철수 등 야권 후보 모두를 두고 십년 전 ‘그때 그사람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로 회귀하는 정치풍경 속에서 미래를 엿보기 어려운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어제 15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TV토론이 진행됐다. 우상호 후보는 서민의 희망을 위해 뛰겠다며 가난한 이들을 대변하는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서울을 아시아의 뉴욕으로 만들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임대 부동산을 확충하겠다고 말이다. 박영선 후보는 서울을 21분 도시로 만들고, 권역별 경제 클러스터를 세우고 탄소를 줄이기 위해 수직정원을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박영선 후보의 ‘콤팩트 시티’ 는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의 정책에서 따온 구상이다. 파리 안 이달고 시장은 시민들이 15분 안에 집에 들어가 ‘배우고, 운동하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해당 정책을 공약했다. 개발과 속도가 아닌 시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주겠다는 의지가 중심이 된 정책이다. 그러나 어제의 토론회로는 박 후보, 우 후보 모두 '콤팩트 시티'의 정책을 ‘속도’로만 인식하는 한계를 보였다. 우상호 후보가 ‘21분 생활권을 만들려면 직장과 집을 가깝게 둬야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묻자 박영선 후보가 ‘스물한 개의 특성화 된 일자리가 있는 도시를 구상 중인데 상암 지역을 미디어 중심 도시로, 창동을 바이오 클러스터 도시로, 강서구 마곡 지역을 알앤디 센터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라고 답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 시정 10년 동안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숱하게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박영선 후보가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내놓은 ‘수직정원 정책도 주요 화두였다. 1호선 지하화 이후 고층의 수직정원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박영선 후보의 의지는 눈여겨볼 만 하지만, 이미 있는 고층빌딩의 벽면을 활용해 수직정원을 시공하면 되는데 왜 수직정원빌딩을 굳이 따로 짓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우상호 후보는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을 덮어 공공주택 16만호를 공급할 거라며, 박영선 후보가 내놓은 1호선 지하화 이후 그 위에 정원을 짓는 공약이 민주당답지 않다고 꼬집었다. 도로 위 집은 서민의 것이고 녹지는 부자의 것인가? 공원일몰제 후폭풍이 부는 현시점에 서울시장의 녹지 확충 계획은 전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중요하다.
또한 우 후보는 자신이 시민 곁에 서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고 박원순 시장의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 슬로건이 떠오르는 한 마디다. 우상호 후보에게 묻고 싶다. 우상호 후보가 곁에 서겠다는 시민이 누구인가. 공무원으로 열심히 일하다 영문도 모른채 박시장에게 발탁되어 시장실에 간 후 끔찍한 시간을 보낸 삼십대 서울시청 직원 곁인가. 업무 내용에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속옷정리, 장보기, 대리처방 등 사적노무 요구에 시달린 노동자 곁인가. 명백한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의심을 받고 꽃뱀으로 몰리며 반년 간 가시밭길을 걸은 피해자 곁인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입장문에서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동료 시민들의 훼손된 존엄을 지키는 길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성신문·뉴시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여성신문·뉴시스

대한민국의 시계는 2021년을 가리키지만, 정치권만 10년 전 선거를 치루고 있다. 새로운 이들의 등장이 절실하나 박영선, 나경원, 우상호, 안철수 등 ‘그때 그사람들’만 보인다. 십년 동안 한국 정치는 새 리더를 키우는데 실패했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청년과 여성을 액세서리처럼 소비하기만 했다. 청년 여성 정치인들은 당내에서 쓰이고 버려지거나 가부장 권력 문화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정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은 가부장 정치에 편입되어 자신의 정치적 명분조차 지워 버리는 모습도 보인다. 일부 여성의원처럼 말이다. 그도 아니면 소수 정당 속에서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힘겨운 싸움을 벌여간다.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그리고 민주주의가 결여된 정당 문화는 한국 정치의 토질을 빈약하게 만든다.

그 위에서 새로운 정치 물꼬를 틔어보려는 이들은 험난한 길을 걷는다. 현직 국회의원에게 감히 성추행까지 저지른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폭력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건강한 정당 정치 문화 속에서 훌륭한 정치인이 성장하고 그 인물이 다시 공공을 위해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찾기 어려운게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추행 피해에도 당당히 자신의 정치 행보를 이어가는 장혜영 국회의원과, 조직 내 성폭력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를 보았다. 메마른 땅처럼 보여도 희망의 싹이 있는 것이다.

새벽은 한 삶에 어두움 속을 걷는 이의 발끝에서만 열린다. 장혜영 의원 같은 젊은 여성 청년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한국 정치의 변화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 삶 속에서 정치를 행하고 참여하는 다수가 필요하다. 한국 정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나와 이 글을 보는 당신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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