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애 장면 삭제한 SBS...“성소수자 차별” 비판 일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애 장면 삭제한 SBS...“성소수자 차별” 비판 일어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2.15 19:45
  • 수정 2021-02-16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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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간 키스신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해
“성소수자 검열” 온라인서 비판 쏟아져 
SBS “가족 동반 시청 시 불편할 수 있고
방심위 법정 제재 피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인권활동가들 "성소수자 차별 조장"
설 특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와 연인 짐 허튼(아론 맥쿠스커) 간의 키스신이 삭제됐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중
설 특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와 연인 짐 허튼(아론 맥쿠스커) 간의 키스신이 삭제돼 비판 여론이 일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중

지난 13일 SBS가 설 특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애 장면을 삭제 또는 모자이크 처리해 논란이 일었다.

SBS 측은 “가족 동반 시청했을 때 불편할 수도 있는 장면이고, 지상파 방송에서 직접적 동성애 장면을 내보냈다가는 법정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 활동가들은 방송사의 이러한 조처가 오히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부를 수 있어서 문제라며 비판했다.

SBS는 설 특선 영화 방영분에서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와 그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짐 허튼(아론 맥쿠스커)의 키스신을 비롯해 총 2건의 프레디 머큐리 키스신을 삭제했다. 또 다른 엑스트라 남성 배우 간 키스신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프레디 머큐리의 성적 지향과 관련된 부분을 임의로 편집함으로써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웠다며 모욕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성소수자를 공중파 방송에서 검열한다는 논란도 일었다. 전기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 중 하나를 삭제한다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논란에 대해 SBS 관계자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대한 많은 분이 보실 수 있도록 프라임타임 시간대로 편성하고, 15세 관람가로 방영하기도 했다"며 "가능하면 음악에 집중해서 편안하게 보시라는 차원에서, 가족이 동반 시청했을 때 불편할 수도 있는 장면이라 걷어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동성애 코드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만 지상파에서는 그런 장면을 직접적으로는 내보내지 않는다"며 "영화를 훼손시키거나 영화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편집해 내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성애 이슈에 대해 정말 반대했다면 ('보헤미안 랩소디'를) 아예 편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2015년 JTBC(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와 2016년 웹드라마('대세는 백합')를 유통한 네이버가 동성 간 키스 장면 등을 내보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법정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노골적인 키스 장면 등이 성적 호기심과 모방 심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SBS 관계자는 이에 관해 "만약 '보헤미안 랩소디'의 키스 장면이 그냥 송출됐다면 (SBS도) 법정 제재를 받았을 것"이라며 "여성단체나 시청자들은 시대가 달라졌다, (동성 간 키스와 스킨십도 지상파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하지만 방심위는 입장을 바꾼 적 없다. 방송사 입장에선 제재를 받아선 안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 활동가들은 설 연휴 가족 시청 시간대에 편성한 영화 속 장면이 불편할 수 있다고 판단해 편집한 것은 오히려 편견을 양산할 수 있기에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성소수자도 당연하게 키스할 수 있고, 스킨십을 할 수 있는데 그 자연스러운 행동이 마치 선정적이거나 문제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조치였다"라고 비판했다. 명절 가족 시간대에 방영되는 콘텐츠이니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SBS 시청자위원인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관객 입장에서는 훼손 없이 영화를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다만 지상파 방송국이 영화를 방영할 때는 방송사 자체 기준을 토대로 편집을 하는데, 이번 경우 그 편집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었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를 기반으로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SBS는 자체 편집 기준이 무엇인지, 정말 성소수자의 인권을 염두에 둔 것이 맞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논란을 시청자위원회 보고서에도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담은 음악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2018년 개봉 당시 국내에서 994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등 화제가 됐다. 이번 설 연휴에도 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6%를 돌파하며 설 특선 영화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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