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정 환경의 영향력이 커져

취약계층 원격 수업 비용·장비 지원 및 특수교육 예산 확대필요

8월 26일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빈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6일 현재 전국 6840개교가 등교를 중단,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뉴시스
8월 26일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빈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6일 현재 전국 6840개교가 등교를 중단,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뉴시스

코로나19로 부모 세대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케이(K)자 형' 양극화로 자녀 세대의 교육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2일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한국사회보장학회 기획 세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교육격차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K자형 양극화를 통한 부모 세대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자녀 세대의 교육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나뉘며 교육 격차가 발생했지만,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는 날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교육에 가정환경의 영향력이 커져 교육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해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85만73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학기 원격교육 경험에 대한 분석 결과, 교사들의 79%는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에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김 교수는 2002년 일본에서 수업일수가 감소한 뒤 학생들의 성적에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 영향력이 증대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코로나19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수록 개인과 가정의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시간이 늘고 이 시간이 일부 계층에는 사교육 증가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의 소득이나 개인과외 여부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학습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고소득층 자녀의 경우, 학교나 학원 수업의 공백을 개인과외로 채우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 자녀들은 말 그대로 방치되면서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시교육청이 공개한 24개 일반고 학생들의 시험 성적 분석 결과를 보면 2학년 중위권 이하의 수학 학력은 1학년 때보다 저하했고, 2학년 상위권의 수학 학력은 1년 전보다 향상됐다.

2019년 2학년과 2020년 2학년의 수학 성적을 비교하면 중위권 이하에서 학력 저하가 나타났지만, 상위권은 향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벌어진 교육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교육 약자를 위한 지원이 이전보다 더 광범위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중 상당수가 난독증과 같은 학습 장애, 의사소통 장애를 가진 특수교육 대상일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오프라인 등교, 방문 교육을 지원하고 특수교육 예산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학력 보장을 우선 과제로 합의하고 배가된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취약계층 가정에 원격 수업 데이터 비용을 지원하거나 태블릿 PC 등 장비를 지원해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가정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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