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원·원외위원장 회의

“오늘은 여성 문제가 아닌 정치 개혁을 말하겠다.” 김정숙 한나라당 의원이 남성 의원들 앞에서 오랜만에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3일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치 개혁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은 그 동안 부정적인 정치 관행에 젖어 발전하지 못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정치 개혁을 할 기회며, 죽으면 산다는 자세로 뼈를 깎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이 날 '여성 문제를 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성 관련 정치 개혁안을 에둘러 강조하는 기민함을 과시했다. 김 의원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며 “소선거구제 아래에서는 정치자금 문제가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가지 모두 여성에게 유리한 제도로 꼽히는 것들이다. 김 의원은 또 의원정수 400인으로 늘리기, 비례대표 의석 늘리기, 지구당제 폐지를 비롯한 여성과 관련한 현안을 풀 대안들을 제시했다. 아울러 “여러 개혁안으로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줘야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역설에 많은 이들이 동감하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결국은 여성 얘기'라며 김 의원을 외면하기도 했다. 이 날 최병렬 대표는 지구당제 폐지, 비례대표 의원 전면 교체를 포함한 정당 개혁 5개 방안을 발표했다.

이 날 회의에는 박근혜 의원, 이연숙 의원, 김영선 의원도 참석했으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양경자 도봉갑지구당위원장, 박순자 안산단원지구당위원장, 오양순 일산갑지구당위원장 등 여성 원외 지구당위원장 세 사람 모두 얼굴을 보였다.

배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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