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십 효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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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여성 스스로가 리더 자질 길러야

'편견의 벽'깰 수 있어"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 리더십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벌써 몇 년씩이나 UN의 여성 권한 척도 점수에서 꼴찌 대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61위/66개국, 2002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 고위직(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4.7%, 2001 여성통계연보)은 아직도 미미한 실정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여성 리더십의 효율성 문제를 논하고자 할 때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왜 여성 리더십의 효율성을 특별히 따로 논의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조직에서 여성 리더가 맞닥뜨리게 되는 갈등과 어려움은 남성 리더의 경우와 그 성질이 다르다.

곧, 여성 리더들은 남성 리더들과 달리 리더로서 역할과 함께 여성으로서 역할도 기대를 받는데, 이 두 가지 일은 같이 하기 어려운 특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여성의 특성에 대해 가지는 기대와 고정관념은 “부드럽다, 협동적이다, 고분고분하다, 의존적이다, 수동적이다…”들인데, 리더의 특성으로 기대하고 있는 특성은 “주장이 강하다, 야심이 있다, 유능하다, 주도적이다…” 같은 주로 남성적 특성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특성들은 거의 같이 드러내기 어렵다. 이러한 까닭으로 여성 리더들은 조직을 장악할 때 “부드럽고 여자다우면서도 주도적·공격적으로 일을 추진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이중의 특성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성·리더 역할 같이 해야

몇 년 전 어느 여성 장관은, 그가 리더로서 유능한가에 대한 평가보다 그의 행동거지나 성격에 대한 평가만이 우리 언론 지면을 무성하게 장식한 바 있다. 일례로 우리 기자들은 그가 국회에서 답변을 할 때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답변했다고, 소위 '여자로서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 것에 대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답변하는 장관'이라는 제목의 큼지막한 사진을 실어 그의 '방자한' 품행에 대해 훈수를 두는 기자 정신을 보여 주었다.

또 다른 여성 장관에 대해서는 그 직속 부하직원이 그의 외모에 관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일도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 리더는 많은 경우 '리더'로서보다는 '여성'으로 간주되어져 품행이나 언행 혹은 외모만이 관심거리가 되는 사태가 숱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여성 리더가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우리 사회 혹은 조직 문화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정책적 차원에서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남성보다 노력 두 배 필요

우리나라 고위직 여성 공무원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2002, 장필화 등)에서 여성 공무원들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많은 여성 고위 공무원들이 그들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들었다. 일례를 들어, 어느 여성 공무원의 경우 남자 부하 직원들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대접해야'하는 직장 분위기 때문에 남자 부하 직원이 있는데도 회의 때 자신이 차 심부름을 챙겨야 했다고 고백하여 충격을 주었다.

또한 응답한 여성 공무원들의 67%가 자신들이 속한 조직이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남녀에게 이중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김혜숙, 장재윤, 2002). 조직의 성차별 문화가 강할수록 여성 리더들의 삶의 만족도와 승진 만족도가 낮으며 바늘 구멍만 한 승진기회를 놓고 여성들끼리 경쟁하게 됐다.

한편, 이러한 난관과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여성 직장인들 스스로도 리더의 역량과 자질을 기르기 위해 남성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을 단련시켜야 할 것이다.

남성 상사나 동료들은 여성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 '적극성, 추진력과 책임감이 부족하고', '회식 등과 같은 비공식적 행사에서 함께 어울리기가 어렵고, 친밀한 인간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하고 있다(김혜숙, 2002). 따라서 여성 리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측면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과 노력을 높이도록 할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더욱더 적극적으로 여성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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