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웨덴에서 65세 이상 세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스타그램 스타가 있다. 스반테 뉘뷔가르스(Svante Nybyggards)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올드풀루언서(Oldfluencers) 중 한 사람이다. 젊은 여성 블로거들이 같은 취향을 갖는 대중을 선도하는 인플루언서가 새롭게 부각되기는 했어도 노년층 블로거가 인기를 끄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젊은 층과 다른듯하면서도 중년부터 노년층까지 소화하는 트렌디한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있어 인가가 상승 중에 있다. 팔로어가 젊은 인플루언서보다는 적지만 4만1000명에 이르고 있어 67세라는 연령을 고려하면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65세에 제2의 인생 시작하는 스웨덴 노인들

레이디 실버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올드풀루언서인 아니타 루스트룀(Anita Looström)은 스톡홀름 중심가인 쇠데르말름(Södermalm)에서 활동하고 있다. 81세 때 피트니스에서 운동하면서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친구들 장례식을 다녀올 때마다 더 열심히 사진을 올린다는 레이디 실버의 올해 나이는 83세. 같은 나이 또래뿐 아니라 젊은이들까지 폭넓게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스폰서의 지원으로 노래까지 발표하는 등 정열적 활동으로 전국적 스타반열에 올랐다.

스웨덴은 65세가 되면 거의 예외 없이 은퇴생활로 들어간다. 개인이 원할 경우 69세까지 퇴직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만 어느 직종이든 관계없이 65세는 이제 모든 공적인 활동을 뒤로 하고 제2의 개인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리고 은퇴 후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생긴 여윳돈으로 캠핑 자동차를 구입해 2-3년은 유럽 전역을 돌면서 여행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13년 스웨덴 캠핑카 협의회(HRF)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만명당 295대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캠핑카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통계를 보면 39만 대의 캠핑카가 등록되어 있어 스웨덴 전체 470만 가구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2가구당 1대씩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자녀가 있는 젊은 가정에서 캠핑카를 이용해 여행을 다니기 보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년층이 전국의 캠핑시설을 주로 사용한다. 주로 햇빛이 많은 여름에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을 다니지만, 밤이 긴 겨울에는 스페인, 포르투갈, 이태리 그리고 그리스 등지로 유럽 남부지역을 다니며 여행을 즐긴다.

그런데 2010~2014년 세계의식조사연구(WVS)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령인구에 대한 존경심에 대한 측정에서 스웨덴이 연구에 포함된 60개 국가 중 4번째로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난리 법석이다. 최근 최대 조간신문인 DN 칼럼에서 어른 존경심이 없는 국가로 전략했다며 더 이상 스웨덴은 퇴직 후 살고 싶지 않은 국가가 되었다고 탄식한다.

스웨덴 국회의원 349명 평균 연령은 45.1세

그런데 자세히 행간을 읽어 보면 내용은 사뭇 다르다. 스웨덴은 65세가 되면 퇴직을 해 사회의 뒤안길로 들어선다고 글은 지적한다. 그리고 미국 하원 의원 평균 연령이 57.6세에 이르고 상원의 평균 연령이 62.9세에 이르지만 스웨덴 국회의원 349명의 평균 연령은 45.1세에 머문다고 대비하며 젊은 정치를 부각시킨다. 정계에 입문하는 나이는 20대 초반, 20대 말 30대 초에는 정당 당수가 되는 것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3선 이상을 하면 자연스럽게 정계에서 은퇴를 하는 것이 정치인의 덕목으로 받아들여진다. 4선, 5선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 존경하고 우러러보기보다는 구태의연하고 권력의 맛을 즐기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당 지도부가 3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50대 정치인은 극히 드물다 보니 정치의 신선함이 느껴질 정도다. 아마도 이 글에서는 이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스웨덴의 정치가 젊은 이유는 아마도 사회적 연령 주기가 65세가 되면 공적인 일은 끝내고 개인의 제2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따라 생긴 현상일 것이다. 65세까지 현역에 남아 4~5선까지 정치를 한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구태의연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전문적 지식과 경륜은 은퇴 후 청년정치인을 기르고 비정부 기구에서 봉사하는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은 사적인 영역으로 받아들인다. 은퇴 후 로펌이나 로비스트로 다시 고용되어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권에 참여하는 일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스웨덴에서 경륜과 지식, 그리고 경험에 대한 가치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아 70세 이상의 세대에 대한 존경심이 낮게 나타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보인다.

직장 생활에서 쌓은 경륜과 지식, 경험이 아닌 자신이 제2의 인생에서 택한 취미와 재능을 통해 자신도 즐기면서 같은 연령대의 은퇴자들이나 젊은이들에게도 즐거움과 동기를 부여해 주는 일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존경과 존중이라는 수직적 관계보다는 제2의 인생을 자신 있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수평적 소통관계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세계의식조사 연구에서 어른들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낮은 나라는 일본이었고, 그다음으로 낮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나의 생각은 갑자기 더 복잡해졌다. 한국에서 70대 이상의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낮은 이유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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