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수·제자 성추행 혐의 박모 전주대 교수
1심 유죄 판결...항소심서 뒤집혀 논란
전주지법 “피해자 진술 신빙성 낮고 증거 부족”
4일 대법원 무죄 확정
여성·시민단체 “성범죄 몰이해에 피해자 고통 외면...
학교·사법부 개선, 끝까지 감시하겠다”

26일 기자회견에서 한 활동가가 "대법원은 전주 모대학 교수 문화예술계 미투 사건 철저하게 심리하라!"라고 쓰인 문건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미투운동과함께하는전북시민행동 등 185개 단체는 1월26일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전주대 박모 교수 미투 사건' 파기 환송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2018년 ‘연극계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전주대 교수가 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낮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여성·시민단체는 “성폭력 범죄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학교와 사법부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고 싸우겠다”고도 밝혔다.

‘연극계 미투’ 폭로로 과거 성폭력 의혹 재조명
1심 “피해자 진술 일관돼...거짓이라 보기 어려워” 유죄 판결
항소심은 반대로 “피해자 진술 신빙성 낮고 증거 부족”
대법원도 그대로 인용해 상고 기각

박 교수는 2014~2015년까지 동료 교수와 학생 등 2명을 승용차와 사무실 등에서 강제로 추행한 혐의(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로 기소됐다. 2019년 2월 1심은 박 교수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형사2단독 오명희 부장판사는 박 교수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3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2020년 10월28일 항소심 재판부(전주지법 제1형사부 강동원 부장판사)는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은 사건 발생 시간과 장소, 상황 등에서 모순된다” “검사가 제기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유죄를 내리기 어렵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여성·시민단체는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아니라 판사의 성인지감수성이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미투운동과함께하는전북시민행동 등 185개 단체는 1월26일 대법원 앞에서 철저한 심리와 파기환송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피해자·가해자 붙여놓고 “진술보다 증거”...성범죄 재판부의 2차 가해 www.womennews.co.kr/news/203766

▶ 전주대 교수 ‘연극계 미투’ 대법원 선고 코앞...여성·시민단체, 파기환송 요구 www.womennews.co.kr/news/206721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결국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해 상고를 기각했다.

185개 여성·시민단체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전주대 박모 교수 미투 사건' 파기 환송을 촉구했다.  ⓒ여성신문
185개 여성·시민단체는 1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전주대 박모 교수 미투 사건' 파기 환송을 촉구했다. ⓒ여성신문

피해자 연대단체들은 일제히 대법원 선고를 비판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전북시민행동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극히 편파적인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한 대법원의 판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수많은 여성들이 서서히 바꾸고 변화시켜 온 위대한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는 절망적인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법부는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전북시민행동 등 연대단체들이 15일 전주대 앞에서 ‘대학 내 미투 사건’ 가해교수 징계를 촉구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미투운동과함께하는전북시민행동 등 연대단체들이 2020년 10월15일 전주대 앞에서 ‘대학 내 미투 사건’ 가해교수 징계를 촉구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무죄 확정’ 박 교수, 대학 복귀 예정
여성·시민단체 “학교·사법부 개선과 피해자 보호 끝까지 감시하겠다”

최종 무죄 판단이 나오면서 박 교수는 강단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전주대는 1심 유죄 판결 후 박 교수를 파면하겠다고 했으나, “최종심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직위해제 상태를 유지했다. 징계는 없었다. 대학이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었다지만 피해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 전주대는 이달 중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실시하는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조직문화개선 컨설팅을 받을 계획이다.

연대단체들은 “앞으로도 (전주대를 포함한) 학교와 사법부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라는 조직에서 어렵게 미투한 피해자들이 원한 것은, 가해자가 더는 권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학교의 시스템과 문화가 변하는 것”이라며 “성폭력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성인지 관점의 부재는 성폭력피해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사법부의 수많은 법관들이 성인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