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많다"며 지정 강행…작품상 수상 불가능해져

NYT “미국 기업이 제작 지원 한 미국 감독의 미국 이야기" 비판

골든글로브 시상식,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첫 온라인 중계

미나리 공식 포스터 ⓒA24
미나리 공식 포스터 ⓒA24

한인 가족의 미국 이주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작품상은 못 받게 됐다. 외신들은 "바보 같다"며 비판했다.

골든글로브상을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현지시간 3일 제78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을 발표했다.

작품상 후보로 점쳐졌던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어나더 라운드(덴마크)', '라 로로나(프랑스-과테말라 합작)', '라이프 어헤드(이탈리아)', '투 오브 어스(미국-프랑스 합작)' 등 다른 후보작들과 수상을 겨룬다.

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비영어권 언어인 경우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

외국어영화는 다른 부문 후보작에는 모두 들어갈 수 있지만 작품상(드라마 및 뮤지컬·코미디 부문) 후보작에는 들 수 없다.

여우조연상 등도 기대됐지만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을 소개한 골든글로브상 웹사이트. ⓒ골든글로브상 웹사이트 캡처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을 소개한 골든글로브상 웹사이트. ⓒ골든글로브상 웹사이트 캡처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바보 같다’ ‘말도 안 된다’며 비판했다.

NYT는 이날 후보 지명 결과에 대해 "HFPA가 바보같이 보이게 됐다"고 꼬집었다.

NYT는 "리 아이작 정은 미국인 감독이고, 이 영화는 미국에서 촬영됐으며, 미국 회사가 제작 지원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이민자 가족을 다룬 이야기"라며 "이 영화가 외국어영화 후보로 경쟁하기 돼 최고의 상(작품상)을 노릴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미나리' 출연진은 배우 후보 지명을 받을 만했는데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도 "골든글로브가 후보작 명단에 영화의 출신 국가를 써놓으면서 상황은 훨씬 더 우스워졌다"며 "'미나리' 밑에는 '미국(USA)'이라고 쓰여 있다"고 비꼬았다.

미국 연예전문지 엔터테인먼트도 "여우조연상 부문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여겨졌던 윤여정이 조디 포스터의 깜짝 지명을 위해 빠졌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명단. '미나리' 밑에 '미국'(USA)라고 기재돼 있다. ⓒ골든글로브상 공식 트위터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명단. '미나리' 밑에 '미국'(USA)라고 기재돼 있다. ⓒ골든글로브상 공식 트위터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미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며 정착하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해 유명해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과 한예리, 윤여정 등이 출연한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2020 AFI 어워즈'에서 ‘올해의 10대 영화’에 올랐고, 112년 역사의 전미비평가위원회에서 여우조연상과 각본상을 받는 등 수십 개의 상을 받았다.

이런 수상 행진에 힘입어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후보작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돼왔다. 그러나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돼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한편,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상(오스카)과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약 한 달 먼저 열리면서 골든글로브는 오스카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이달 28일 NBC 방송과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영화 '미나리'는 오는 3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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