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제작 '차별 퇴치' 영화 <여섯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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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계몽영화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싶다. 사실 '관'에서 차별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는 뭔가 껄끄러웠다. 한편으로는 세상이 바뀌어 국가가 인권 영화를 만든다니 감개가 무량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계도하기 위해 만든 영화니 얼마나 지루할까도 싶었다. 어쨌거나 우리에게는 '쥐잡기 운동'과 '등화관제 훈련'에 동원됐고 <건전 가요(대표작 시장에 가면)>에 진저리를 쳤으며 <대한뉴스>를 보며 하품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여섯 개의 시선>은 따뜻하고도 섬뜩한 영화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작은 삶이 놓인 자리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라본 세계는 끔찍하다.

<여섯 개의 시선>은 작은 영화 여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영화의 주인공은 여상 3학년인 뚱보 소녀, 범죄자로 세상에 공개된 남자와 오줌싸개 소년,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영어발음을 위해 혀수술을 당하는 유치원생, 얼굴값 한다고 욕먹는 아가씨, 동남아 노동자다. 듣기만 해도 괴로운, 한 마디로 외면하고 싶은 삶들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그들은 우리를 부여잡을 뿐만 아니라 그들로 만들어버린다.

카메라는 차별당하는 그들을 멀리서만 바라보고 있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결국 우리는 영화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게 되는데, 우리 눈에 비친 우리는 아주 우스꽝스럽다.

두 번째 영화 <그 남자의 사정>(감독 정재은)에서 오줌싸개 소년은 바구니를 들고 집집마다 소금을 얻으러 다닌다. 카메라는 현관문 틈 사이로 아이를 내다보는 아파트 주민을 소년의 시선에서 올려다본다. 바로 당신(어른들)은 또 다른 당신(오줌싸개)을 놀려먹고 훈계하느라 정신이 없다.

여섯 번째 영화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감독 박찬욱)는 아예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네팔인 노동자 찬드라의 눈에 비친, 자기를 한국인 정신병자 아줌마로만 믿고 감금, 관리, 통제하려는 사람들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우리는 찬드라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타자-찬드라의 위치에 놓게 된다. 타자와 자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 과정은 영화의 영어 <만약에 당신들이 나라면(If you were me)>과 무관하지 않다.

종종 다수자들, 곧 평범한 우리들은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말을 건네기도 한다. 다섯 번째 <얼굴값>에서 얼굴값 한다며 젊은 아가씨를 괴롭히는 남자는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나봐요”라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이미 우리는 객관적 시각으로 주인공의 삶을 바라보고 평가하기에는 글렀다. 게다가 우리 자신이 우리에게 말까지 걸게 되면, 그리고 그 내용이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오해와 차별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장스런 변명이라면 우리는 부끄럽게 웃을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 보기를 권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커다란 영화관에 앉아서 뚱보 소녀와 장애인 청년이 되어보자. 함께 웃고, 낯을 붉히고,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려보자. 나는 울어도 된다. 나는 소수자로서, 차별에 반대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고 이 사람들과 함께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소름 돋는 따뜻함을 느껴보자.

최예정 기자shooo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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