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부터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생활일기를 연재한다. 다섯 살된 아들과 열두 살된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 강미숙씨와 열한 살된 아들과 열세 살된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 신상렬씨가 글을 보낸다. <편집자주>

번호는 맞았는데…

요즘 불경기라고 하더니 장사가 안되긴 안되나봐요.

대문에 광고 전단지가 날마다 더덕더덕 붙어 있어요.

강민이는 전단지를 열심히 주워옵니다.

왜? 딱지 접을라고. 광고지로 딱지 접으면 딱이니까.

자아식, 감각은 있어가지고…

어제 저녁 어린이집에 갔다 오는 길에도 변함없이 이집, 저집, 전봇대마다 펄럭이는 전단지란 전단지는 다 떼서 오느라고 늑장을 피웠지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빤짝이며, “엄마! 우리 이 피자 시켜 먹자, 이 피자 시키면 탑블레이드 준대, 빨리 여기 쫌 봐!!”

“어디?” 하고 보니까 피자를 시키면 탑블레이드를 준다고 나와있어요. 속으로(짜아식,똑똑하기는 그림만 봐도 해석이 된다니까 헐 헐 헐)

“안돼”. “왜?”

“피자 만들 때 밑에 빵은 수입밀가루로 만들지요, 그 위에 쏘세지와 토핑한 치즈에는 첨가물과 보존료가 잔뜩 들어가 있지. 그리고 야채나 고기류도 어떤걸 썼는지 모르잖아. 그런 피자를 먹으면 몸에 안 좋아.”

“그럼 피자는 안 먹고 탑블레이드만 가질게." (누굴 닮아서 경품만 보면 이성을 잃는 건지…) “그럼 피자는 어떻게 할건데?”

“아빠보고 먹으라고 하고 피자 시켜줘!!!”

“안 돼”

“그럼 내가 시킬 거야.” 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저쪽 구석으로 가서 한손에는 전단지 한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한참을 낑낑거립니다.

“엄마 , 내가 전화번호 다 눌렀는데 이제 어떻게하면 전화보내는거야? 가르켜줘. 엄마! 나 피자 먹고 싶어서 전화번호 눌렀어. 하나도 안틀렸지”(으쓱으쓱)

“어디 보자. 제대로 걸었나?” 아니, 이렇게 똑똑할수가… 정말 하나도 안틀리고 정확하게 전화번호를 누르다니 감격 , 감격. 그런데 번호는 1 5 0 0 0"

푸 하 하 하! 한바탕 웃고 나서 “강민아, 전화번호 다 누르고 여기 '통화'를 누르면 전화가 가고요, 이 피자집 전화번호는 여기적혀 있는 333xxxx 이 번호가 전화번호예요.”

강민이가 누른 숫자는 바로 '피자값 만오천원 입니다'라고 써 놓은 거 여요. 강민아, 엄마 핸드폰 니 맘대로 쓰지 마세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