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국악 트렌드 만드는 사람들
판소리 창법에 대금·아쟁 등 전통 악기 활용
록 재즈 입혀 젊은 세대도 즐기는 K-사운드

‘복고’와 ‘레트로’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다.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션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실력있고 자신감 넘치는 이 뮤지션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중독성 강한 '힙한' 국악을 선보인다.  세련된 선율과 리듬에 담긴 옛 정취는 어찌나 신나는지.... 신개념 K-사운드가 새로운 장르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 국악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운지, 이 실력 있는 젊은이들은 잘 알고 있다. 주목받는 퓨전국악 9팀을 소개한다. <편집자> 

 

(1)이날치

판소리를 팝스타일로 재해석한 7인조 그룹 

#이것이_조선의_힙 #팝스타일 #퍼포먼스 #조선아이돌

ⓒ이날치
ⓒ이날치

“이것이 조선의 힙(최신 유행이나 개성이 강한 것)이다”를 외치며 2019년 결성된 7인조 그룹. 판소리를 현대적 팝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를 표방한다. 앞서 소개한 씽씽이 해체된 후 씽씽의 멤버였던 장영규와 베이시스트 정중엽이 밴드 결성을 주도했다. ‘이날치’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판소리 명창 이날치를 오마주한 것이다. 이들이 등장한 한국광광공사 홍보 영상은 전 세계 조회수 2억회 이상을 기록했다. 정장에 고무신, 머리에 갓을 쓴 무용수들이 신나게 스텝 밟는 모습을 보면 ‘힙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작년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에서 베스트 밴드 퍼포먼스상을 수상했다. 

 

(2)악단광칠 

광복 70년에 결성돼 광칠.  9인조 국악밴드 

 #코리안_샤머닉_펑크 #서도민요 #재창작 #전통악기만_씁니다

ⓒ악단광칠
ⓒ악단광칠

2015년 결성된 9인조 국악밴드로, 경기민요에 비해 덜 알려진 서도민요(황해도 음악)를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곡을 주로 선보인다. 결성된 해가 광복 70주년이라 ‘광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악단광칠의 무대 영상에는 록 음악을 연상시키는 신명나는 리듬과 사운드가 접목돼있다. 앞서 이날치가 서양 악기인 베이스 기타와 드럼을 사용한다면, 악단광칠은 대금·아쟁·가야금 같은 전통악기만 사용해 마치 서양 록 같은 국악을 들려준다는 점이 다르다. 2019년 세계적인 음악 축제 ‘워맥스’에 참가해 자신들의 음악을 ‘코리안 샤머닉 펑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3)이자람  

국악 공연예술 명인.  '아마도 이자람 밴드' 리더 

#기네스북 #명창 #인디밴드리더 #장르융합의_귀재 

ⓒ지니뮤직
ⓒ지니뮤직

국악인이자 공연예술가 이자람은 국악고등학교 재학생 시절 4시간에 걸쳐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해 화제를 모았고 20세이던 1999년에는 최연소 최장시간(8시간) ‘춘향가’ 완창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자람을 젊은 명창으로만 설명할 순 없다. 희곡이나 근현대 소설을 판소리의 다양한 소재와 형식으로 개발해온 이자람은 2014년에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이방인의 순례자들’에 수록된 내용을 기초로 한 ‘이방인의 노래’를 공연하고, 2019년에는 헤밍웨이의 소설로 유명한 ‘노인과 바다’에서 판소리를 부르기도 했다. 인디 밴드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리더로도 활동하며 국악과는 다른 창법으로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4)잠비나이 

전통악기로 크로스오버 음악 5인조 록 밴드 

#국악록 #장수밴드 #록마니아도사랑하는음악 

ⓒ잠비나이 유튜브 영상 캡처
ⓒ잠비나이 유튜브 영상 캡처

태평소·해금·거문고를 바탕으로 강렬한 록 사운드와 크로스오버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5인조 록밴드로 국악 전공 동창생들끼리 모여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진중하고 웅장한 사운드로 록 마니아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영국 글래스톤베리, 스페인 프리메라 사운드 등 초대현 록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하고, 2016년에는 아시아 뮤지션 최초로 영미권 대표 인디 레이블인 벨라 유니언에서 앨범을 발매하는 등 해외에도 알려졌다.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음반상’ 수상,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무대를 장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5)서도밴드 

'조선팝의 미래' 기대받는 6인조 신예 국악 밴드 

#조선팝 #장르개척 #20대 #서도 #트렌디

ⓒ서도밴드 페이스북 갈무리
ⓒ서도밴드 페이스북 갈무리

‘조선팝(Chosun Pop)의 미래’로 불리는 6인조 신예 퓨전국악 밴드. 국악인 출신 25세 보컬 서도(sEODo)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판소리의 스토리텔링 방식에 팝 리듬과 멜로디를 입혀 ‘조선팝’이라는 고유의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보컬은 국악에 바탕을 두고, 나머지 세션 멤버들은 블루스, 재즈, 락 등 서양의 트렌디한 대중음악을 연주하는데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선율과 가사의 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2019년 제1회 KBS 국악신예대상 대상, 2019년 제11회 대한민국 대한국악제 대상을 수상했다.

 

(6)정민아 

가야금으로 포크음악 연주하는 가야그머(가야금 연주자)  

#모던가야그머 #포크송 #홍대클럽최초국악기연주자

ⓒWikipedia
ⓒWikipedia

자타공인 ‘모던 가야그머(가야금 연주자)’ 정민아는 가야금으로 포크 음악 세계를 들려주는 유일한 싱어송라이터다. 홍대 앞 라이브클럽에서 활동하는 최초의 국악기 연주자이기도 하다. 가야금은 전통 악기지만 정민아에게는 어쿠스틱 기타 같은 포크 악기다. 2004년 인디클럽 데뷔를 시작으로 홍대 인디뮤지션으로 자리잡았고, 2006년 1집 ‘상사몽’의 판매량이 1만장을 돌파하며 널리 알려졌다. 대표곡 중 하나인 ‘무엇이 되어’는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전자음악 프로듀서 이상진과 함께하는 산조X일렉트로닉 컬래버레이션 앨범 ‘ESP’가 8일 공개 예정이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선정하는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았다. 

 

(7)상자루 

국악고 한예종  동창  3인조밴드. '국악계아이돌'로 불려  

#코리안집시 #산티아고_국악여행기 #전통지키며창작하기

ⓒ상자루
ⓒ상자루

재즈와 팝을 국악과 융합시키는 동갑내기 3인조 밴드로(2014년 결성), 영문명은 ‘코리안 집시(Korean Gipsy)’다. 유랑하며 자유로운 음악을 연주하고 그로써 삶을 영위하는 집시 집단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름이 표방하듯 무거운 악기를 들고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국악여행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과정이 다큐멘터리 ‘상자루의 길’에 담겼다. 작곡·아쟁·연희를 전공한 상자루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되 전통을 흐트러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2018년 제10회 대한국악제 금상 비롯, 세계적인 음악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 초청 등 주목받고 있다.

 

(8)우리소리 바라지

진도 씻김굿ㆍ 남도민요 기반 8인조

#굿중심 #무탈을빕니다 #송가인오빠소속

ⓒ바라지
ⓒ바라지

한국 전통음악 중에서도 진도 씻김굿과 남도 민요를 기반으로 하는 8인조 그룹이다. ‘ 바라지’는 누군가를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일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국악에서는 음악을 이끌어가는 주된 소리에 어우러지는 반주자의 즉흥적인 뒷소리를 가리킨다. 바라지 ‘소리’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도 씻김굿의 핵심으로, 그룹 ‘바라지’는 무탈과 건강을 빌던 조상들의 마음을 소리로 표현한다. 작년 9월에는 MBC에서 ‘K-트로트’의 대표주자 송가인과 함께 휴전 국악 무대 ‘엄마 아리랑’을 선보였는데, 실제 송가인(조은심)의 둘째 오빠 조성재가 바라지에 속해있기도 하다.  

 

(9)고래야 

'음악의 바다 맘껏 헤엄치는 고래' 꿈꾸는 6인조밴드 

#국악밴드_선배 #발랄함 #서양과_한국의_조화

ⓒ고래야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 공연 영상 캡처
ⓒ고래야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 공연 영상 캡처

2010년 데뷔한 국악·월드뮤직 밴드로, 잠비나이와 더불어 모던 국악밴드의 선배 격이다. 경계 없는 음악의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가 되고자 하는 마음, ‘옛 것을 전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古來惹)’는 뜻도 담긴 이름이다. 2011년 천차만별 콘서트 대상, 2014년 KBS 국악대상 단체상 등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알려졌다. 3명의 국악 연주자와 보컬, 기타, 퍼커션 등 6인으로 구성돼있다.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정규 4집을 발매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우리 국악의 발랄함과 흥겨움을 그대로 살린 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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