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주원, 여자농구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
첫 여성 사령탑·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감독
이미선 코치와 함께 대표팀 진두지휘
“편견 깨뜨려야...노력 지켜봐 달라”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와 이미선 용인 삼성생명 코치. ⓒWKBL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와 이미선 용인 삼성생명 코치. ⓒWKBL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들이 도쿄올림픽 국가대표팀을 지휘한다. 전주원(49) 감독과 이미선(42)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전 감독과 이 코치는 2000년 한국 여자농구 시드니올림픽 4강의 주역들이다. 선수 시절 ‘최고의 가드’로 이름을 떨쳤고, 대표팀 경험도 풍부하다. 둘 다 은퇴 후 프로팀 지도자로 복귀해 활동해왔다. 

여성 감독이 올림픽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을 이끄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감독은 여성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태극기는 언제 달아도 영광이지만, 부담과 책임감이 막중하다. 올림픽은 아무나 나가는 대회가 아니다. 큰 무대에 제가 다시 설 수 있다는 것부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한국 여성이 감독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2005년 동아시아경기대회 박찬숙 감독, 2009년 동아시아경기대회 정미라 감독, 박양계 코치처럼 여성 지도자가 국가대표팀을 이끈 사례는 있었지만,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종합 국제 대회를 여성이 이끈 적은 없었다. 체육계의 유리천장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전 감독은 ‘천재 가드’로 불렸다. 21년간 코트를 호령하다가 2011년 은퇴하고 프로팀 코치로 뛴 지 10년째다. 감독 경력은 없다. 이번 올림픽은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첫 무대다. 

전 감독은 “쉬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코치로 4년간 활동하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편견을 깨뜨려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했다.

목표를 묻자 “지금 시점에서 어떠한 목표를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 대표팀은 최하위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몇 강까지 가겠다는 목표보다는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우선 다음 달 프로농구 시즌이 끝나고 선수들을 소집할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지난달 개최된 2020~2021 여자프로농구 경기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전주원(49) 아산 우리은행 코치. ⓒWKBL
(왼쪽부터) 지난달 개최된 2020~2021 여자프로농구 경기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전주원(49) 아산 우리은행 코치. ⓒWKBL

13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경쟁력엔 회의도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도 관건
전 감독 “어렵게 딴 티켓...부족해도 성원 부탁”

한국 여자농구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8강, 2010년 체코 세계선수권 8강 이후 세계 무대에서 멀어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본선 진출마저 실패했다.

13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지만, 전 감독의 말대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우리 대표팀은 올림픽 예선에서 스페인에 37점 차로, 중국전에선 40점 차로 졌다. 이번 올림픽 티켓을 따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본선엔 12개국이 출전, 3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인다. 세계랭킹 1위 미국, 개최국 일본(10위), 호주(2위), 스페인(3위), 캐나다(4위), 프랑스(5위), 벨기에(6위), 세르비아(8위), 중국(9위), 나이지리아(14위), 우리나라(19위), 푸에르토리코(22위) 등이다. 본선 조 추첨은 2월2일이다.

올림픽 본선은 3개 조별로 1, 2위 국가 총 6개국이 먼저 8강에 오르고, 조 3위 3개국 중 성적이 더 좋은 2개국이 합류하는 방식이다. 우리 대표팀은 조별 리그에서 세계 랭킹 10위 이내 국가를 상대로 최소한 1승을 거둬야 8강 진출 기회를 얻는다.

전 감독은 “3월 프로농구 리그가 끝나면 올림픽까지 시간적 여유는 짧다. 전력을 보강할 시간적 여유는 부족하고, 대신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문규 전 대표팀 감독 시절 ‘주전 혹사’ 논란을 언급하자, “열두 명 전원이 다치지 않고 끝까지 좋은 경기를 하길 바란다는 게 그런 맥락에서 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선수가 빛날 것 같냐고 묻자, “다 아는 선수들보다 어린 선수 중에서 더 역할을 하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면서도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여자 선수들이 이런 데 굉장히 신경을 쓴다”며 웃었다.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도 관건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개최국인 일본이 올림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예측이 끊이질 않는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전 감독은 “감염병 확산 속에서 어렵게 경기를 치러 티켓을 땄다.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성원해 주시면 좋은 경기를 만들겠다”며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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