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2020년 7월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2020년 7월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추모 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피해자 대리인과 일부 여성단체가 전·현직 비서실 직원들을 공격해왔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고 박 전 시장 추모 모임사업회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결과가 나온 후 서울시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에서는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공식사과했다.

박 전 시장 추모 모임은 경찰과 인권위가 묵인·방조 혐의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점을 언급하며 “지난 180여일동안 피해자 대리인과 일부 여성단체들은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묵인·방조죄’ 등을 기정사실로 보며 박 전 시장과 전·현직 비서실 직원들을 공격해왔다”며 피해자 대리인과 일부 여성단체가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피해자 대리인과 일부 여성단체, 정치권, 언론 등이 사실을 과장해 여론을 왜곡한 사례들을 하나하나 밝혀내 진실을 밝히겠다”며 “고인을 추모하는 일조차 ‘2차 가해’라는 건 견강부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의 공과를 모두 기록하는 추모 활동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입장문 전문.

 

국가인권위의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인정 결정’에 대한 입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고인이 된 지도 벌써 7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고, 수많은 논란과 안타까움, 허탈함이 곁을 떠나지 않는 세월이었다.

긴 터널을 거쳐 지난해 말에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고, 지난 1월25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인권위는 피해자의 주장을 인정해 박 전 시장에 대해 성희롱이라고 결론 내렸고, 서울시 전·현직 비서실 직원들에게 제기됐던 묵인·방조 혐의에 대해선 경찰 수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이번 인권위 결정이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사건에 대한 사실상의 유일한 판단이자 모든 관련 쟁점에 대한 종합적인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 바람직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인권위는 성적 언동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등이 있었다는 점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해 성희롱이라고 결정했다. 성희롱은 법률상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력하게 천명하고 있는 만큼, 이를 폭넓게 적용해 어떠한 피해자라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규정이라 할 것이다. 인권위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피해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둘째, 지난 180여 일 동안 피해자 대리인과 일부 여성단체들은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묵인·방조죄” 등을 기정사실로 하며 박 전 시장과 전·현직 비서실 직원들을 공격해왔다. 그것이 얼마나 과도한 것이었는지는 역설적으로 경찰 수사 결과와 더불어 인권위 결정이 증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인과 유족은 물론이고, 묵인·방조죄 혐의로 지목된 사람들은 심각한 인권 유린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따라서 피해자 대리인과 일부 여성단체들은 이에 대한 분명한 사과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혼란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만 한다. 아울러, 이러한 또 다른 인권 피해에 대해 인권위가 어떠한 언급조차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한다.

셋째, 정치권 또한 인권위 결정과 관련해 진지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성범죄의 소굴로 전락한 6층 시장실” 운운 등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매개로 전개되는 일부 후보자들의 언행은 참담함을 느낄 정도로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 더 이상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일을 선거를 위한 악의적 수단으로 동원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넷째, 일부 언론은 그동안 진실에 다가서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로 고인과 유족은 물론, 박 전 시장의 삶과 가치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더 이상 사실에 기반 하지 않은 보도와 일방적인 왜곡을 삼가기 바란다.

우리는 피해자 대리인과 일부 여성단체, 정치권, 언론 등이 사실을 과장해 여론을 왜곡하고,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준 사례들을 하나하나 밝혀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고인은 확고한 자기철학과 강인한 실천력으로 사회적 약자가 조금이라도 더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생 동안 헌신해 왔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그런 고인을 추모하는 일조차 ‘2차 가해’라는 견강부회를 서슴지 않고 있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온전하고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삶의 역정과 가치를 추모하면서 공(功)과 과(過) 모두를 기록해나갈 것이다. 이는 그와 친구로, 동지로 수십 년을 함께했던 우리들의 마땅한 책임이다.

이제 우리는 과거를 성찰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인권운동가, 서울시장, 소셜 디자이너, 무엇보다 ‘시민 박원순’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던 그의 삶 전체를 안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2021. 2. 1.

박원순을기억하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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