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주에 갑작스런 오한, 발열, 근육통, 복통이 찾아왔다. 밤새 끙끙 앓으며, 화장실을 연신 들락날락했다. 혹시나 해서 코로나 증상을 검색해봤다. 오한, 발열은 대표적인 코로나 증상이고, 흔치는 않지만, 복통, 설사도 코로나 증상 중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검사를 받아봐야겠다 싶었다.

아침이 되어 집 근처에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보았다. 차로 10여 분 거리에 선별진료소가 있었다. 전화로 검사받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복통으로 밤새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 의사 선생님 진료를 받고,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다음 날 문자로 알려준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준 약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혹시 코로나에 걸리면 반려견 팝콘이 산책은 어떻게 하지? 발열, 복통 증세가 있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팝콘이는 실내에서 배변을 안 해서 아침, 오후, 자기 전 이렇게 하루 최소 세 번의 산책을 해줘야 한다. 확진자가 되면 당장 팝콘이 산책이 불가해진다.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께 팝콘이를 맡기려면 부모님을 만나야 하는데, 만약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면, 부모님도 밀접접촉자가 되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혹시, 음성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두 분 모두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팝콘이 산책은 불가하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팝콘이 산책을 부탁하기 위해 연로하신 부모님을 만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아 모르겠다. 결과 보고 걱정하자.’ 답을 찾기 어려워 고민을 하루 뒤로 미뤄두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족이 반려견 한 마리밖에 없는데도 이렇게 대책이 없는데,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둔 이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남은 이들은 어떻게 하나?’ 이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다음은 지난 며칠 동안 만났던 사람들, 방문했던 사업장들이 떠올랐다. 발열 증세가 있기 하루 전, 기한에 맞춰 행정 서류를 접수해야 할 일이 있어 관공서 두 군데를 다녀왔다. 두 달 넘게 재택근무를 하고, 회사 일과 지인 모임 모두 가능한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만남을 최소화해오다, 필수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다녀온 관공서였다.

‘내가 확진자가 되면, 관공서 갔을 때 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 수많은 사람을 다 찾아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해야 하는가? 방역을 완비할 때까지, 관공서 업무가 중단될 것이고, 그동안 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할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른 병은 나만 아픈 것으로 끝나면 되는데, 코로나는 나만 아픈 것으로 끝나지 않는 병이라는 게 그제야 실감이 되었다.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과 내가 확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었다.

다행히, 밤사이 열도 내리고, 오한도 그쳤다. 복통과 설사 증세만 남았다. 틈틈이 향수를 꺼내 냄새를 맡아보았다. 향이 잘 느껴졌다. 코로나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나와봐야 하는 법, ‘제발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오전 10시 19분, “귀하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음성입니다. 기침 예절준수 및 마스크 착용을 잘하시고 손 위생을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그냥 장염증세였던 것이다. 야호!!!

내가 방문했던 사업장, 동일한 시간대에 거기 있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생계. 나의 돌봄이 없으면 사는데 가장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배변 활동이 어려운 반려견 팝콘이.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코로나 결과에 달려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는데, 그 걱정이 단번에 날아갔다. 기뻤다. 정말 기뻤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결과를 받기까지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나를 스치고 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실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또 나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가 서로에 대한 혐오보다 연대를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사업장을 닫은 이들을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을 당연히 여겨야 한다. 코로나에 걸린 이들이 가족과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춘 사회이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국가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고, 사회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없는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정부이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랐던 20여 시간이었다.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

* 회색지대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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