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개봉된 영화 중에서

■ 써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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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르 파나히 감독, 2000

지난 2000년, <써클>을 들고 부산영화제에 찾아온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사실 나는 이란의 지식인 남성으로서 여성문제 같은 것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딸을 낳고 보니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갑자기 깨달았다.”

당시 이란 당국의 검열 때문에 상영을 하네마네 했던 이 영화는 딸을 낳았다고 알리는 분만실의 창구에서 시작해 여성들이 감금된 구치소의 창구로 끝난다. 그 사이에 여러 명의 여성들이 혼자서 여행하거나, 유복자를 임신했거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말하자면 에피소드 구성방식으로 되어 있는 이 영화는 한 이야기에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식이 매력 포인트다.

■ 칸다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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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2001

마흐말바프 영화학교의 교장이자 아버지·남편인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작품. 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여동생이 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로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는 이미 망명한 몸이지만 자살하겠다는 동생의 편지에 죽음을 무릅쓰고 입국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은 남성 가족과 함께가 아니면 절대로 집밖을 나설 수 없으며, 반드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부르카를 착용해야 한다. 귀향민의 네 번째 마누라가 되어서, 고아 소년의 누나가 되어서, 신부의 사촌이 되어서 떠나는 길에는 숱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영화이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서방세계, 미국, 적십자, 국제연합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주인공이 영어로 자신을 서술한다는 점 등은 탈식민주의자들에게 논쟁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 천국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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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드 마지디 감독, 1997

'착한 영화'로만 알려진 이 영화는 은근히 이란 여성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엄마는 아이들 돌보랴, 카펫 손빨래하랴, 바느질하고 요리하랴, 집주인의 독촉에 시달리랴…. 육아와 가사와 가난에 지쳐서 아이들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게 당연해 보인다. 어린 여자아이 역시 갓난아기 동생을 돌보고, 오빠와 신발을 나누어 신고, 이웃집에 음식을 나르느라 바쁘다. 신발을 잃어버린 작은 사건이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소한 일상을 포착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행복을 안겨다주는 이란 영화의 전통에 충실한 작품.

최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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