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2003 화폐개혁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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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에 그려진 여성들은 우리들의 할머니와 어머니, 현재의 우리들이다. <사진·민원기 기자>▶

10월 24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성곡 미술관에서는 '여섯 사진 작가-

여섯 개의 코드 읽어보기'전시가 열린다.

돈, 섹스, 일, 권력, 도시, 뉴 테크놀로지. 우리 주변과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섯 개의 테마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중심 축이자

현대인들의 욕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들이다.

익숙한 것에 대한 전복적 읽기를 시도한

이번 전시에는 고명근, 박영숙, 강운구,

주명덕, 민병헌, 황규태 등 중견 사진 작가 여섯 명이 참여해 각자의 작품 세계와

가치관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페미니스트 포토 아티스트 박영숙(61)씨는 화폐 속에 역사 속

여성인물들을 재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여성이 만들어가는 돈 세상, '2003 화폐개혁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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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그것이 갖는 상징은 나를 움츠러들게 한다. 돈으로부터 내가 멀리 있는 것인지, 돈이 나를 멀리 있게 하는지. 일상의 삶 속에서 내가 그 돈을 잡으려 좇아가도 그것이 나를 피하는 것을 어쩌겠는가.”

1999년부터 3회에 걸쳐 '미친년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박영숙(61)씨가 이번엔 돈에 주목했다. 이율곡, 세종대왕, 이황 등 이씨 집안 남자들이 차지했던 지폐 속에 여성인물들을 진출시킨 것. “몽글몽글, 아롱아롱, 흐물흐물”. 작가가 표현하는 여성주의 화폐 '샘'은 기존의 화폐와 사뭇 다르다. 다채로운 색감에 문양도 화려하다.

“여성인 나로서는 남성의 역사와 문화, 전통, 그것들이 상징하는 의미들과 좀처럼 관계의 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작가가 돈에서 발견한 것은 남성 중심적인 코드다. 남성지배문화의 상징으로서의 돈의 이미지다. 그는 여자들의 코드가 통하는 돈의 이미지를 만들어 남녀가 평등한, 거대한 돈의 질서에 멋지게 대항하는 자유로운 돈 세상을 꿈꿔보기로 마음먹었다. 여성주의 화폐 '샘'은 그러한 여자들의 돈 윤리를 대변한다. 쉼 없이 샘솟고 마르지 않으며 만물에게 생명을 주는 샘.

쟁쟁한 여성문화인들이 화폐 속에 대거 출연했다.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가 삼신 할머니를, 여성주의 문학평론가 김영옥이 소현세자빈 강씨를, 시인 김혜순이 허난설헌을, 명성황후와 나혜석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임옥희 대표, 페미니즘 미술가 윤석남이 각각 재현했다. 이들은 온 몸으로 시대에 맞섰으나 시대가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우리들의 할머니와 어머니이고, 현재의 우리들이다.

“소현세자빈 강씨는 청나라에 볼모로 있는 동안 거느린 식솔들을 먹이기 위해 조선의 인삼을 가져다 팔았고, 청나라 물건을 조선에 팔아 번 돈으로 청나라에 잡혀 온 조선사람들을 해방시켰던 인물입니다. 또한 조선이 성리학 유일 사상으로 치달을 때 개방을 주장했으니 '조선무역상사'에 경제인, 국제경영 개척자로 불려 마땅하죠.”여성의 생명, 존재 자체인 삼신 할머니, 저항시인 허난설헌, 시대를 앞서간 나혜석. 모두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복원되어야 할 여성들이며, 여성주의 화폐 '샘'속에 들어갈 만한 인물들이다.

전시 오프닝 행사가 열린 24일 오후 6시에는 화폐개혁 프로젝트를 선언하는 작은 굿판도 벌어졌다. 이혜경 여문기획 대표가 신명나는 목소리로 고사문을 낭독해 “그 동안 남자들 보다 적게 벌고 못 벌었던 돈, 여자들 노동을 소외시켜 온 돈을 들여다보니 남성들만의 문화가 있더라. 역사, 전통이 있더라”면서 “성희롱 당하고 상사 비위맞추면서 사는 여자, 남편한테 쫓겨 날까 숨죽이고 사는 여자, 돈이 없어 아기 우유 못사는 여자들을 위해 새로운 돈의 윤리가 생기길 바란다. 여자들의 윤리, 여성이 희구하는 화폐, 여성이 꿈꾸는 세상이 바로 샘이다”라고 선포했다.

이번 화폐개혁 프로젝트는 단순히 화폐 이미지를 재현하는데 머물지 않고 관객과 함께 하는 여성주의 화폐 이벤트로 확대될 계획이다. 화폐발행처를 여성문화예술기획으로 두고 매년 4월 여성영화제 행사와 11월 부엌 프로젝트 축제, 연말 연시의 무아지경 파티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축제를 황홀하게 하는 기제로 쓰일 예정이다. 박씨는 “여성들의 심리적 해방공간인 여성축제에 대안적 화폐인 샘이 쓰임으로써 또 다른 해방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여성들이 바라는 다양한 꿈을 펼쳐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미친년 프로젝트' 4, 5를 준비중이기도 한 그는 화폐개혁 프로젝트와 함께 미친년의 다양한 개념들을 발굴해 치매 걸린 여성에서 원귀에 이르기까지 모든 억압된 여성들을 재현한 뒤 미친년 프로젝트를 끝마칠 생각이라고 전한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차세대 여성문화예술운동가 양성에 주력하겠다

여성문화예술기획 이혜경·박영숙 공동대표

한국 여성문화예술운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사)여성문화예술기획(이하 여문기획)이 이혜경·박영숙 공동대표제로 거듭난다. 그 동안 여성문화예술기획은 여성영화제, 여성미술제, 여성연극제 등 다양하고 굵직굵직한 여성주의 문화행사들을 기획해 왔다.

여성문화와 관련한 대내외적인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공동 대표 형식은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여성문화관련 행사들을 기획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교육 쪽을 강화하고 30대, 40대 차세대 여성문화예술운동가를 양성해 1세대가 다져 온 여성문화운동을 발전시켜갈 계획이다. 여성문화예술기획 교육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숙 대표는 “여문기획의 기초를 보다 튼튼히 하고 차세대들에게 새로운 여성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생각이다”고 전한다. 여성주의 문화운동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두 대표가 이끄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또 다른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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