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촬영, 무의미하거나 남성의 시선 재현에 그칠 때도 있어
여성 경험 다룬 영화는 여성감독과 함께하고파”

영화배우 키이라 나이틀리(35)가 앞으로 남성 감독이 맡은 영화에서는 성관계 장면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디언지의 25일(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나이틀리는 같은 날 샤넬 커넥츠 팟캐스트에 출연해 “누드 장면 촬영을 완전히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일부는 무의미하기도 하고 또한 (누드 촬영이) 남성의 시선으로 이뤄진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나이틀리는 여성의 인생 경험을 조명한 영화를 찍게 된다면 여성 감독과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모성애와 자기 몸 긍정을 다루는 이야기를 만든다면, 죄송하지만 그 영화는 여성 제작자와 함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모성애라든가, 신체가 얼마나 특별한지에 관한 거라면, 즉 자신의 몸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고, 엄마가 되기도 전에 자신이 알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화하는 이야기 등에 관한 거라면,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여성과 함께 탐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이틀리는 “남성들의 시선을 옮기는 일은 정말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따금 나는 ‘그래, 이 섹스가 이 영화에서 아주 멋져야 하고 그 장면을 위해 단지 섹시해 보이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성적 시선에 동조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최근 출연한 '미스비헤이비어' 스틸컷. ⓒ판씨네마
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성적 시선에 동조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나이틀리가 최근 출연한 '미스비헤이비어' 스틸컷. ⓒ판씨네마

나이틀리는 특정 영화에서 누드 촬영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성관계 정면 촬영이 정말 필요한 부분은 장면을 섹시하게 표현하기 위해 대역을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몸에 오일을 잔뜩 묻히고 모두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그런 끔찍한 장면은 찍고 싶지 않다. 거기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벌거벗은 남자들 앞에 서 있지 않는 편이 나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나이틀리는 과거 남성 감독들과의 갈등에 관해 2018년 에세이에서 이렇게 썼다. “그들은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친절하라, 헌신하라, 예쁘지만 너무 예쁘진 마라, 날씬하지만 너무 날씬하진 마라, 섹시하지만 너무 섹시하진 마라, 성공했지만 너무 성공하진 마라 등등. 그러나 나는 누군가를 유혹하고 싶지 않고 그들의 어머니가 되고 싶지도 않다. 유혹하거나 어머니 되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그냥 일하고 싶다. 그거면 되지 않나? 남성 자아여, 내 일을 방해하지 마라.” 

나이틀리는 ‘슈팅 라이크 베컴’, ‘어톤먼트’,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1970년대 런던 여성해방운동을 다룬 영화 ‘미스비헤이비어’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딸에게 디즈니 만화영화 ‘시청 제한령’을 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데렐라’나 ‘인어공주’ 등 일부 작품의 여성 등장인물들이 남성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고루한 성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지난 몇 년간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영화계에서 배우들의 성관계 장면 촬영 방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제 많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성관계 장면 촬영에 앞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배우가 편안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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