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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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When Sophie Gets Angry-Really, Really Angry)>은 화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다. 배운다고? 그렇다. 화를 내고, 또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 편이다. 스스로 익히든 누구한테 배우든. 그렇잖으면 꾹꾹 눌러 놓은 화가 어떤 괴물로 돌변해, 어느 순간 아무 죄도 없는 누군가에게 튀어나갈지 모르기에 말이다. 쏘피가 대체 어떻게 화를 냈길래?

그림책 표지를 가득 채운 쏘피의 얼굴은 척 봐도 화가 잔뜩 나 있다. 파란 눈은 파란색 심지를 켰고, 콧구멍은 벌름 들어올려졌다. 작은 입술을 앙 다물고, 살짝만 보이는 머리카락은 양갈래로 땋았는데, 꼭 삐삐처럼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 저 얼굴을 둘러싼 빨강색!

쏘피를 이해하기 위해서 글자를 꼭 알 필요가 없다. 문장이 매우 단순해 글을 갓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도 읽기에 좋지만, 색깔과 선의 변화만 충분히 쏘피의 마음을 따라갈 수 있으니까. 마치 만화에서처럼, '쾅' '와지끈' 같은 글자도 색색깔깔 그림이고, 그림도 지글지글선과 알록달록한 색깔로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하고 뭉툭한 연필로 꾹꾹 눌러 쓴 듯 보이는 글꼴은 빨강, 파랑, 연두, 노랑, 보라 같은 강렬한 색감의 그림과 잘 어우러진다.

채도가 높으면서도 무거워 보이지 않는 이 색감은 과슈(Gouache)라는 수용성 아라비아고무를 섞은 불투명 수채물감으로 그린 것이라 한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아도 자꾸 쏘피가 보고 싶어진다. 자꾸자꾸 보아도 재미가 있다.

이번엔 바람도 보이고, 다음번엔 숲 속에 사는 쥐도 보이고, 바닷물결도 보인다. 보다 보면 어느새 끓고 있던 마음 속이 가라앉는다. 쏘피 때문만은 아니다. 색깔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고유의 힘 때문이다. 만약 나뭇잎이 검은색이고 하늘이 회색이라면… 아마 우리는 이들을 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잖을까?

이 책은 2000년에 미국 도서관협회 어린이부서에서 제정한 뉴베리상의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상인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다. 한 작품에만 주는 칼데콧 상은 금메달, 경합을 벌였던 우수작품들에 주는 칼데콧 아너상은 은메달이 수여된다. (종종 그림책 표지에 붙어 있는 금딱지와 은딱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몰리 뱅(Molly Bang)의 다른 작품으로는 만질 수 있는 종이 그림이 담긴 <종이학>이라는 작품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미래 M&B)

흑인아빠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열, 아홉, 여덟(Ten, Nine, Eight)>이나, 몇 년을 공들여 만들었다는 글자 없는 그림책 <할머니와 딸기 도둑(The Grey Lady and the Strawberry Snatche)>은 아쉽게도 아마존에 가야 구할 수 있다.

쏘피가 어떻게 화를 내고 또 달래는지 아직 얘기 안했다고? 말할 수 없다. 직접 한장한장 넘기면서 누릴 즐거움을 빼앗을 수는 없지 않은가? 화가 난 나머지 소리지르며 울고 보채는 아이나 그저 쿨쿨 잠들어 버린 아이 머리맡에 슬쩍 놓아주면 좋을 책이다. 화를 내는데 서투른 어른들에게도.

몰리뱅 글·그림/ 이은화 옮김/ 케이유니버스(아가월드)

김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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