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경원 “‘유리벽’ 뚫고 여기까지 왔다… 여성시장 때 됐다”
[인터뷰] 나경원 “‘유리벽’ 뚫고 여기까지 왔다… 여성시장 때 됐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1.28 07:00
  • 수정 2021-01-28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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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마자 릴레이 인터뷰] 나경원 전 국회의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은 “유리벽을 뚫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이제 여성시장이 탄생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홍수형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은 “폐쇄적 리더십을 상징하는 6층 서울시장실을 없애고 시장실을 성폭력 대책 전담 사무실로 쓰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언동을 ‘성희롱’이라고 밝힌 다음 날 서울 영등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나 전 의원은 이번 선거를 “박 전 시장의 성비위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여성 시장만이 이런 일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시장론’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 공약에서 여성·아동 정책에 무게를 실었다.

나 전 의원은 “코로나19로 삶이 붕괴되는 문제를 극복하는 데 결단력 있는 리더십과 섬세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 슬로건인 ‘독하게 섬세하게’에 이런 의지를 담았다.

하나로 묶은 머리에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위기 상황이다 보니 우유부단하거나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머리를 질끈 묶은 것처럼 독한 해결 의지를 갖고 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면서 “탁상 행정으로는 안 되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섬세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생겼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여성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박영선 후보가 오늘 출마 선언을 했는데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한 사과는 해야 하지 않나요. 하지만 아무 말이 없어요. 다른 후보는 박 전 시장의 언행을 밝힌 법원 판결을 두고 부적절한 판단이라는 표현까지 썼고요.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대로 해결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인권위 판단이 나왔고, 같은 날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잘못된 문화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안희정 사건에 이어 박원순, 김종철 사건까지 진보 진영의 위선과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정당 출신들도 왕왕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이제는 이런 문화와 단절하고 한 단계 높은 여성인권 문제 얘기를 해야 합니다. 빠르고 강력한 조처를 한 정의당의 태도가 민주당보다 나았다는 점에서 정의당에 조금 더 점수를 주겠습니다.”

-정치권 성폭력 문제, 근절방안이 있나요.

“서울시에서 성비위를 한 번이라도 일으키면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습니다. 폐쇄적 리더십을 상징하는 6층 서울시장실을 없애고 그 곳을 성폭력 대책 전담 사무실로 쓰겠습니다. 시장실을 비롯해 고위직 방을 안이 다 보이는 유리벽으로 할 생각이에요. 독립성을 보장하는 ‘서울시 고위공직자 전담 성범죄 신고센터’도 만들 겁니다.”

-야권 유력 후보를 ‘안·오·나’(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나경원 전 의원)로 부릅니다. 여권에선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의원까지 출마했는데, 다른 후보들을 평가한다면?

“다른 후보 평가하면 싸움나요. 제 강점을 얘기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이번 선거는 장기적인 미래 비전도 제시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지금 우리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위로라고 생각해요. 방역 지침으로부터의 해방, 일상으로의 회복이 화두가 될 것입니다.
‘독하게 섬세하게’라는 선거 슬로건이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어요. 위기 극복은 시장 혼자 힘으로는 안 돼요.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할 수도 있고요. 그럴 때 우유부단하거나 좌고우면해서는 안됩니다. 결단력 있는 리더십, 독한 해결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결단력만 있어서도 안 돼요. 정책은 섬세해야 합니다. 코로나 방역 정책 보면 탁상행정이라고할 수 있어요. 브런치 가게는 매장에 머물러도 되고, 카페는 안 되는 대책 같은 거요. 제가 그동안 면적 단위당 허용인원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는데 최근 정부가 이런 내용을 조금 받아들였죠. 정책은 섬세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섬세한 정책은 현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단단하면서 섬세한 것이 여성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나경원 국민의 힘 전 의원은 '아동학대방지, 성폭력, 가정폭력 근절, 아동양육지원 및 돌봄사각지대 해소' 공약 발표를 했다. ⓒ홍수형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1월 22일 서울광장에서 아동학대방지, 성폭력가정폭력 근절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홍수형 기자

 

-지금 가장 급한 문제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제일 급한 문제는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힘든 분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등 준비를 많이 하는데 한 번에 얼마를 주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가 출마 선언을 이태원에서 했습니다. 이태원 큰 길에 늘어선 대부분의 가게들이 폐업하거나 임시휴업을 내 걸고 있었어요. 어느 한 가게는 ‘장사하고 싶다’고 써 붙여놓았더군요. 상황이 심각합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프리랜서들이 버틸 수 있도록 장기대출방식으로 ‘숨통트임론’(저금리 장기대출)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대 5000만원까지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이 분들이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지지층에 보수, 60대 이상 남성이 많습니다. 진보·중도층과 반대파를 어떻게 끌어안을 계획인가요.

“서울시장 자리는 이념에 따른 자리가 아니에요. 더 좋은 정책이 답이죠. 실질적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으면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레임이 씌워진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서울시장 출마 전까지는 60대 이상 남성들의 지지가 적었습니다. 편견이 있었어요.”

-2011년 이후 여성 지지층이 빠졌나요?

“2011년 서울시장 출마 전까지 3040 여성들의 지지가 많았어요. ‘걸크러시’라는 평가도 받았어요. ‘1억원 피부과’ 논란 이후 여성 지지가 빠지고 어려워졌죠. 당시 우리 당이 질 수 밖에 없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야 했고, 아무도 출마하지 않겠다던 서울 동작구에 출마해 승리도 했어요. 주류에 속한 적도 없고 계파 정치를 한 적도 없어요. 판사 때는 올해엔 여성판사가 많다, 부장판사는 여성판사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으며 일을 해야 했어요. 쉬운 길은 없었습니다. 늘 제 자리에 또 다른 후배 여성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일했어요. 유리벽을 뚫고 올라온 거죠. 노력형이에요.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나징가제트’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요. 물론 이전 세대 여성운동을 하신 선배들이 열어놓은 문 덕분에 저도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아직 여성시장은 시기상조다, 성별이 아니라 인물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물이나 역량으로 봐도 나경원 아닌가요. 이제는 여성 시장이 할 때 됐습니다.” 

 

*여성·엄마 강조한 나경원, 여성 공약 들여다보니  
평등고용기회위원회·여성안심주택인증제 제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여성일자리 현장 간담회를 마치고 박정숙 관장과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여성일자리 현장 간담회를 마치고 박정숙 관장과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나경원 전 의원은 ‘엄마’ ‘여성’을 강조하며 여성·아동 공약에 힘을 싣고 있다.

구체적으로 ‘권력형 성범죄 없는 서울’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서울시장으로부터 독립된 ‘서울시 고위공직자 전담 성범죄 신고센터’ 발족 △성범죄자 즉시 직무배제 및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실시 △서울시 및 서울시 산하기관 성범죄자 신상공개 △직장 내 성차별 근절을 위한 ‘서울형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나 전 의원은 특히 여성 안전 관련 공약을 강조했다. 대표 공약으로는 ‘서울 여성안전주택 인증제’를 꼽았다. 네덜란드가 1994년 도입한 ‘경찰안전주택(Dutch Police Label Secured Housing)’을 벤치마킹한 제도로 여성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여성안전주택으로 인증 받으면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여성 1인가구, 한부모 가구, 노년층 등 여성들에게 안심스마트워치·안심 창틀·안심 키 설치를 지원하는 ‘여성 주거안심환경 세이프 우먼(Safe Women)’ 사업과 여성 안심지킴이 확대 등도 공약에 담았다.

아동 공약으로는 아동학대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학대 위험 아동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도록 시장 직속 ‘서울아동행복지킴이단’을 구성해 아동학대 발굴 체계를 구축하고,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제도 등을 활용해 조사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재학대를 막기 위한 ‘학대피해아동 디지털 정보망’ 체계 구축과 원가정 복귀 심사 강화 등도 제시했다.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공약으로는 0~5세 영유아에게 월 20만원씩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함께 키우기 서울 양육수당’을 제시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게 부모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2019년 기준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은 약 13만명으로 연간 312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형 아이돌보미 서비스’와 ‘서울 보육 어시스턴트’ 신설 공약도 내놨다. 서울형 아이돌보미는 정부의 관리사각지대에 놓인 민간 베이비시터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믿을 수 있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5000가구 지원 시 연간 200억원 예산이 투입된다. 서울 보육 어시스턴트의 경우 경력단절 여성을 보육 도우미로 어린이집·유치원에 1인씩 파견하겠다는 공약이다. 주 15시간 업무, 월 100만원 소득을 제공해 여성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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