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성폭력 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정치영역에 적용해야”
정치권 성폭력 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정치영역에 적용해야”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1.01.30 09:10
  • 수정 2021-01-3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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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박원순, 김종철 까지
정치권 성폭력 악순환 지속
원인은 "과도한 남성 대표성"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왼쪽) 부대표가 정호진 대변인과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당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대표단회의 결정사항을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왼쪽) 부대표가 정호진 대변인과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당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대표단회의 결정사항을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그리고 김종철까지 정치권 성폭력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정치권에서 과도하게 대표되는 남성대표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정치영역에도 적용돼 법으로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의당은 이날 김종철 당 대표가 지난 15일 저녁 식사 후 같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며 그의 직위를 해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2018년 안희정 사건 이후에도 현재진행형

정치권 성폭력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시작했다. 2020년 2월에는 녹색당 전 당직자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를 성폭행했다. 4월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이후 불과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생을 마감했다.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5일 성희롱을 인정했다. 이날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변호인단·피해자 지원단체는 입장을 내고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며 사안을 축소, 은폐, 회피하려고 했던 모든 행위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에는 성폭력 범죄 근절을 외쳐왔던 김 전 대표는 결국 가해자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여성신문의 32주년 창간 축사에서 그는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정의당”이라며 “성폭력, 성차별이 없는 성평등 사회를 향해 정의당과 여성신문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당은 권력형 성범죄 등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성폭력 근절을 외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같은 당 소속 장 의원을 면담한 뒤 성추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가 '차별금지법 제정 발원 국회에서 청와대 범종, 목탁 행진' 기자회견을 열고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가 울먹이며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 ⓒ홍수형 기자

 

피해자다움 거부, ‘말하는’ 여성 정치인들

장혜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종철 전 당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장 의원은 “제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한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저는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녹색당 전 당직자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장 의원을 응원하며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신 대표는 자신의 SNS에 “장혜영 의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며 “말하기를 결정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마음고생을 얼마나 하실지 느껴진다”고 썼다. 이어 “혹시 2차가해가 생긴다면 재빨리 단호하게 막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원인은 과도한 남성대표성…정치권 내 여성 비율 많아져야”

계속되는 정치권 성폭력 악순환 원인으로는 과도하게 대표되는 남성 대표성이 제기된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정치 자체가 남성 중심적으로 지속 운영돼왔기 때문에 성인식이 여전히 나태한 것”이라며 “철저한 후보 검증, 자질, 자격 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성인지 수준과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갖고 있는지 평가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표가 성인지 교육을 받겠다고 밝혔는데 의원들 또한 성평등 교육을 의무적으로 대리가 아닌 직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천을 할 때도 해당 교육을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세워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스스로에 대한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 가지 방법 중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도 “정치권 내 남성의 비율이 80%가 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분석했다. 윤김 교수는 “이들 대부분이 막강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성폭행 사건) 이들이 일어나면 덮어버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페미니즘을 통해 성평등 의식을 가진 여성들이 침묵하지 않고 발화했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 여성 비율이 많아져야한다”며 민주주의의 완성은 성평등임을 강조했다. 그는 “당내 경선이 있을 때 정치인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할 때 사전, 사후 매뉴얼에 성평등 의식, 성인지 감수성, 성평등 예방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명시해 미리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 성폭력 악순환…‘법’으로 막아야

이날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성명을 내고 정치 성폭력 악순환은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치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는 특정 국가의 특수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개별 국가와 국제적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볼리비아는 여성에 대한 정치적 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법을 세계 최초로 채택했다. 멕시코는 2016년국가선거위원회(National Electoral Institute), 연방선거법원, 선거범죄에 관한 연방검찰, 국가여성위원회등과 협력해 정치에서의 여성폭력문제를 다루기 위한 규약을 만들었다. 캐나다 하원의회는 2015년 ‘성적 괴롭힘에 대한 의원들 행동수칙(Code of Conduct for the House of Commons: Sexual harrassment between members of parliament)’을 채택했다. 유럽의회(EP: European Parliament)는 모든 의원들에게‘일터에서의 괴롭힘 제로(Zero Harassment in the Workplace)’와 관련한 지도를 받도록 했다.

여.세.연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발생한 여성 후보자에 대한 폭력 행위, 2020년 여성국회의원에 대한 성희롱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정치영역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드러냈지만 이를 위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정치관계법, 선거법 등 다양한 법에서 정치공간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명시하고, 이의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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