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한복 선서’ 스트릭랜드 의원의 또 다른 이름 ‘순자’
[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한복 선서’ 스트릭랜드 의원의 또 다른 이름 ‘순자’
  •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1.27 10:03
  • 수정 2021-01-28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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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이 보여준
한국인 정체성은 다양성 결정체
한복을 입고 선서하는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스트릭랜드 의원 트위터 캡처
한복을 입고 선서하는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스트릭랜드 의원 트위터 캡처

미국 하원 매릴린 스트릭랜드 의원(58·한국명 순자)이 지난 1월 3일 한복을 입고 미국연방 하원의원 취임 선서를 하는 장면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계 아프리카계 미국인(Korean African American)인 그가 ‘한복’을 입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가 ‘한국계’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가 한복을 입은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첫째, 구순인 어머니가 딸을 잘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둘째, 한국인의 혈통을 이어받은 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였다. 그의 결정은 다른 이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은 미국의 ‘다양성(Diversity)’의 결정체였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최초로 미국연방 하원에 입성한 한국계 미국인 여성 세 명(캘리포니아의 김영옥 의원, 박은주 미셸 의원) 중 한 명이다.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과 시장, 시애틀 광역상공회의소 CEO를 지냈고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962년 외동딸로 태어나 1964년 3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 타코마에 거주했다. 워싱턴대 사회학과 학사, 애틀랜타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스타벅스 관리직 임원과 미국암협회 등에서 근무했다. 의정활동의 우선순위는 의료와 교육·친환경에너지·일자리라고 밝혔다.

최초의 한국계 여성, 최초로 한복을 입고 하원에서 선서한 의원, 워싱턴주 최초의 흑인계. 스트릭랜드 의원 이름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미국 언론에서는 미국 하원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스트릭랜드 의원 소식을 앞 다퉈 대서특필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워싱턴주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유색인종 여성과 여성의원의 숫자가 기록을 세우는 가장 다양성을 띤 하원에서 역사적인 선서를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국계 미국인이며, 흑인계 미국인으로서 내가 한복을 입은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데에 있다. 나의 유산의 상징이고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주, 그리고 국민의 의회에서 다양성이 지극히 중요함을 더 널리 증거하면서 일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태어나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대학생인 내 아들과 딸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자신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내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스트릭랜드 의원처럼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 봤다. 무한히 기쁘고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상을 받는 감격의 순간이 될 것 같아 덩달아 고마움과 뿌듯함이 가득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의 ‘한복 선서’에 대한 내 주변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딸 잘 키웠네!”라며 효심을 칭찬하거나 “우리 애들도 저렇게 자부심 있는 한국인이 되면 좋겠다!”며 좋은 정체성 롤모델을 찾은 것을 기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당한 모습을 보니 내 자신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60~70년대에는 미국사람처럼 되는 것이 최고였고, 롤모델이 없던 시절이라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도 몰랐다고 크게 후회했다. 스트릭랜드 의원과 비슷한 상황인데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이유는 부모의 교육 목표 설정이 달랐던 데 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릭랜드의  어머니는 한국이름을 지어주고, 딸의 친구들이 놀러오면 한국 간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지내며 자연스럽게 한국인으로 양육했다.

문득 한국에서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이 모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했다면 어떤 반응일까 생각해 봤다. 그에게 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질타섞인 목소리가 나올까? 아니면, ‘이주민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니 자기출신국의 고유의상을 입을 수도 있지’, 혹은 ‘우리도 다문화 사회이니 다양한 개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수용하는 반응일까?

오랜 역사를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나라에도 다문화가정이 크게 증가했다.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보편적인 사회현상이 되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이 우리사회에서 동등한 이웃으로 자리잡고 있을까? 계속 증가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들 각자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정체성은 다수(Majority)에 속해 있을 때에는 이슈가 되지 않는다. 나와 다른 다수의 사람들 속에 소수(Minority)로 놓여 있을 때 내 존재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깨닫는다. 소수로서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려면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는 사회 제도와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외향적이거건 내향적이건 개인의 성향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감정을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사회 발전의 매우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상대를 배려하는 성숙된 사회로 가는 근간이 된다.

스트릭랜드 의원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으로 시작한 이 논의는 해외 거주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문화 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한국인’도 함께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협하지 않고 보편적인 합의에 의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정립해 다름을 인정하고 개성이 존중되는 열린사회, 수용하는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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