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 행위는 성희롱” 판단 근거는? “더 엄격하게 봤다”
인권위 “박원순 행위는 성희롱” 판단 근거는? “더 엄격하게 봤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1.25 20:44
  • 수정 2021-01-26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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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특별조사단 180일 직권조사
서울시 전·현직 직원, 지인 51명 조사
경찰·검찰·청와대·여가부 등 제출 자료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진행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해 7월 13일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지원단체가 피해자의 입장을 밝히는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25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날 2021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한 결과 이같이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전원위는 5시간 만인 오후 6시59분쯤 끝났다.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희롱에 대해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판단 근거는 휴대전화 포렌식, 참고인 조사

인권위는 지난해 7월 30일 박 전 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150일간 △서울시 시장 비서실 운용 관행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및 묵인․방조 여부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특별조사단은 지난 5개월간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해 △피해자에 대한 면담조사 2회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총 51명 조사 △서울시·경찰·검찰·청와대·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을 진행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박 전 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성을 감안해 사실 여부는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피해자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이 없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해결하라' 빔프로젝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천만시민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빔 프로젝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홍수형 기자

 

인권위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자체만으로 충격”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위계관계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으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라는 것은 명확하다”며 “이러한 위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성폭력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에 대해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교수 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언급하며 “박 전 시장이 여성 인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하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천하려 했기에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희롱을 법적으로 규제한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직장 내 성희롱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히려 2차 피해가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성희롱 피해자들은 왜 근로를 지속하기 어려운지,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성희롱 발생에 조직의 책임은 없는지와 같은 많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썼다.

인권위는 보고서 마지막에 피해자를 향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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