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서울시, 젊은 여성 비서 차출·감정노동 강요 관행 개선하라”
인권위 “서울시, 젊은 여성 비서 차출·감정노동 강요 관행 개선하라”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1.25 20:34
  • 수정 2021-01-26 0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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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박원순 성희롱 사실”
속옷정리·장보기 등 사적 노무까지
비서 업무로 정당화하고
2030 여성만 비서로 차출 지적
“서울시, ‘성역할 고정관념’ 관행 개선” 권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용한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 ⓒ뉴시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냈다는 비밀 대화방 초대문자. ⓒ뉴시스·여성신문

벗어둔 속옷 정리, 낮잠 깨우기, 명절 장보기, 혈압 측정, 기분 살피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희롱·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강요받았던 업무다. 피해자는 비서직에 지원한 적도 없었지만, 업무 수행 능력이나 자질과 무관하게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출됐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를 성희롱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서울시의 ‘젊은 여성 비서 차출’과 비서에게 돌봄노동·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관행이 문제의 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위 “서울시, 속옷 정리·명절 장보기까지 비서 업무 삼아”

인권위는 피해자가 “시장의 일정 관리 및 일과의 모든 것을 살피고 보좌하는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 대리처방이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 사적 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했음을 지적했다.

비서는 엄연한 전문직인데도, 이렇게 공사 구분이 모호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성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비서는 기관장을 근접 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원으로, 업무적으로 기관장과 긴밀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범위가 불명확할 시 공사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공적관계가 아닌 사적관계의 친밀함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서실 직원들이 박 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인지하면서 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나, 피해자 또한 비서 재직 당시 적극적으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한 것도 그것이 비서 업무로 정당화돼 문제의 본질이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2030 젊은 신입 여성만 비서로 차출...
서울시, ‘성역할 고정관념’ 업무관행 개선해야”

서울시의 ‘젊은 여성 비서 차출’ 관행도 문제라고 봤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20~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 왔다. 이는 비서 직무는 젊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고정관념, 즉, 시장실 비서는 ‘서울시의 얼굴’이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등 타인을 챙기고 보살피는 돌봄노동·감정노동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인식과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더 보기 ▶ 왜 그 남성들의 비서는 모두 젊은 여성일까? www.womennews.co.kr/news/200951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인권위에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의 정의로운 권고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홍수형 기자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인권위에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의 정의로운 권고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홍수형 기자

인권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에 대해 심의·의결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할 때, 박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서울시에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 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등에 대한 상시 점검을 통해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 활동을 충실히 할 것,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발생 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것, 실효성 있는 2차 피해 예방 및 대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더 보기 ▶ 인권위 “박원순 행위는 성희롱” 판단 근거는? “더 엄격하게 봤다” www.womennews.co.kr/news/206681

앞서 서울중앙지법도 지난 14일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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