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경선 출마 의사…여성시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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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대권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과연 가부장적인 한국 정치판에 단비를 뿌릴 새 여성지도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추 의원은 지난달 말 당 중앙위원회 의장 경선에 나설 뜻을 밝혔다. 28일 임시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중앙위 의장은 사실상 당대표다.

추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에 나설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왕 포부를 밝히려면 원대한 것이 낫다”며 중앙위 의장 출마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추 의원 쪽은 아직 경선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당 안팎 관계자들은 추 의원이 출마할 의사와 자격 모두를 갖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력한 의장 후보로 꼽히던 조순형 의원과 박상천 현 대표가 경선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추 의원은 아주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당 안팎의 기대와 그의 포부대로 일이 된다면 추 의원은 고 박순천 의원(66년 민중당), 박근혜 의원(02년 한국미래연합), 신낙균 대표(03년 국민통합21)에 이어 사상 네 번째 여성 당대표(원내의석 보유)가 된다.

민주당 안에서는 추 의원의 경선출마가 '대권'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의원은 오래전부터 자천 타천으로 대권주자 선상에 오른 인물”이라며 “그의 정치적 행보가 치밀한 계산과 전략 아래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경선출마는 차기 대권을 노리기 위한 첫 수”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95년 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정치권에 들어와 15·16대 의원을 지내면서 다른 여성의원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걸었다.

대부분 여성의원들이 '여성 대표성'을 내걸고 여성현안 해결을 큰 임무로 삼은 것과 달리, 추 의원은 의식적으로 이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점 때문인지 추 의원은 여성계와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 이로 알려져 있다. 여성들은 그 사례로 추 의원이 지난 5월 호주제 폐지를 위해 이미경 의원이 낸 민법개정안에 서명하지 않은 일을 꼽는다. 개정안에는 여성의원 13명 등 52명이 서명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지켜본 여성당직자는 “추 의원은 여성정치인이라기보다 거물 정치인”이라며 “가부장적인 우리 정치풍토에서 여성을 부각시키면 자신의 입지가 도리어 축소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추 의원의 도전을 지지·격려하는 분위기다.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추 의원이 여성계와 일정한 거리를 뒀다고 해도, 그의 독자적인 행보는 결국 여성정치세력화나 여성정치인의 위상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도전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5대 의원을 지낸 한 여성원로는 “여성성을 앞세우지 않고 성공하는 추 의원의 정치력을 높이 산다”며 “다만, 아직도 열악한 여성정치 현실을 개선하고 후배 여성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여성리더십의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당들은 추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적잖이 긴장하는 눈치다. 민주당과 차별을 가장 큰 화두로 삼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추 의원에 대적할 만한 '맞수'를 찾는 데에 고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여성카드'로 영입할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놓았는데, 영입작업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파문 등 골칫거리가 많은 탓에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지난달 28일 관록의 3선 김정숙 의원을 여성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나름대로 차비를 하는 모습이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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