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46대 대통령 취임
여성이 절반인 ‘다양성 내각’ 구성하고
분열된 미국사회 ‘통합’ 강조해
WHO·파리기후협정약 복귀 등 ‘탈트럼프’ 속도 높여

“민주주의는 이렇게 생겼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이 창간한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즘 매체인 ‘미즈 매거진’ 2021 겨울호 표지에는 바이든 초대 내각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미즈매거진 표지 캡처
“민주주의는 이렇게 생겼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이 창간한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즘 매체인 ‘미즈 매거진’ 2021 겨울호 표지에는 바이든 초대 내각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미즈매거진 표지 캡처

‘다양성’과 ‘통합’.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의 키워드다. 초대 내각엔 여성과 성소수자, 유색인종, 이민자 등이 다양하게 포진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공언한 대로 ‘미국을 닮은(looks like America)’ 내각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든 정부의 당면과제는 ‘통합’이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 위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불복과 그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폭동 사태가 보여준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분열 등이 새 행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바이든 취임과 함께 ‘다양성 내각’ 출범
26명 중 12명은 여성...백인은 절반뿐
첫 여성 부통령·국가정보국장 탄생

20일(현지 시간) 공식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내각. 26명 중 12명(46%)이 여성이다.  ⓒ유튜브 캡처
20일(현지 시간) 공식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내각. 26명 중 12명(46%)이 여성이다. ⓒ유튜브 캡처

20일(이하 현지 시간) 공식 출범한 바이든 내각 26명 중 12명(46%)이 여성이다. 먼저 최초의 여성이자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눈에 띈다. 20일 미 상원 인준을 받아 첫 여성 국가정보국장에 오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주목받았다.

마샤 퍼지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지명자,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장관, 지나 레이몬도 노동장관, 그리고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세실리아 라우스 경제자문위원장 지명자, 니라 탠든 예산관리국장 지명자, 이저벨 구즈먼 중소기업청장 지명자,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대사 지명자도 여성이다. 농무·교통·보건복지·내무·교육부 부장관은 모두 여성이다. 백악관 참모진에도 여성이 눈에 띈다. 수전 라이스 국내정책위원장, 젠 사키 대변인 등이다. 여성은 4명(16%)뿐이었던 트럼프 정부 첫 내각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이 창간한 미국의 대표 페미니즘 매체 ‘미즈 매거진’은 이달 펴낸 2021 겨울호에서 바이든 초대 내각의 여성들을 비중 있게 다루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내각이 남녀동수를 이뤘다”, “중요한 권력을 쥔 페미니스트 여성들과 함께 성평등의 새 시대가 왔다”고 평가했다.

이 기회에 ‘성평등 헌법 수정안(Equal Rights Amendment, ERA)’을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법으로 보장된 평등권은 성별을 이유로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법에 따라 부정되거나 약화되지 않는다”는 조항과 관련 절차로 구성된 수정안이다. 페미니스트들의 요구 끝에 1921년 도입됐지만, 1982년 비준 시한을 넘기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캐리 베이커 미 스미스칼리지 교수는 “ERA 내용을 미국 헌법에 포함하는 것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여성과 소녀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처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 밖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마주 잡은 손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 밖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마주 잡은 손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성소수자 각료도 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지명자는 동성애자다.

내각의 절반은 백인이 아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메이카계 흑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는 대만계다. 뎁 할랜드 내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 최초 미주 원주민 출신 장관이 된다.남성 관료 중 5명이 유색인종 출신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와 마이클 리건 환경보호청(EPA) 청장 지명자는 흑인이다. 오스틴 지명자가 인준되면 미 최초 흑인 국방장관이 된다. 미겔 카도나 교육부 장관 지명자, 하비에르 베세라 보건후생부 장관 지명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는 라틴계다. 마요르카스 지명자가 인준되면 첫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장관이 탄생한다. 그러나 아직 헤인스 DNI 국장을 제외하면 내각 인사 중 상원 인준을 받은 사람은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에서 부인 질 바이든이 들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에서 부인 질 바이든이 들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 호소
첫날부터 WHO·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 뒤집어
코로나19·기후변화 대응 등 변화 시작돼

20일(현지시간)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바이든은 시작부터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 위기,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분열 등을 당면과제로 들면서 “미국의 영혼을 복원하고 미래를 안전하게 하려면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그로 인한 사회 분열을 두고는 “사실이 조작되고 심지어 날조되는 문화를 거부해야 한다”고 했고, 자신이 끝내 대통령에 취임한 것은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 17건에 서명했다. 연방건물과 부지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복귀와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일부 이슬람 국가 이민·여행금지 해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등이다.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한 조처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오늘 서명하는 행정적 조처 일부는 코로나19 위기의 흐름을 바꾸고 우리가 오랫동안 하지 않은 기후변화와 싸우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 개혁에도 착수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광범위한 이민 개혁 입법 제안을 의회에 보낼 예정이다. 일정 자격을 갖춘 불법체류자에게 미국 시민권을 허가하는 방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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