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숙직 전담하다 불만 커지자
여성 참여 높이고 일·가정 양립 위해
‘여성재택숙직제’ 도입한 대전동부교육지원청
역차별 논란에 “여성 특혜 반대” 국민청원까지
결국 잠정중단
“논란 난감...내부 만족도는 높아”

대전동부교육지원청 전경 ⓒ대전동부교육지원청
대전동부교육지원청 전경 ⓒ대전동부교육지원청

대전 동부교육지원청의 여성 직원 재택숙직제 시행을 두고 논란이 일어 해당 제도가 잠정 중단됐다. 

대전 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21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시행하게 된 제도인데 논란이 일어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여성재택숙직제는 잠정 보류하고 좀 더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해 본청 차원에서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재택숙직제란?

여성재택숙직제는 대전 교육행정기관 중 최초로 대전 동부교육지원청에서 도입한 제도다. 목적은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 실현으로, 주2회 여성 2인 1조로 오후 9시 10분까지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재 예방 등 청사 관리와 학교 연락 등을 맡는다. 퇴근 후에는 비상 연락망을 유지하며 대기하도록 했다. 

통상적으로 숙직은 직장에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한 뒤 퇴근하는 제도다. 재택숙직제는 기존 숙직과 달리, 다음날 정상 근무를 해야 하고 수당도 절반만 받는다.

기존에는 남성 직원이 숙직을 전담하고 여성 직원은 일직을 전담했으나, 공무원 성비 불균형과 여성 공무원의 지속적 증가로 인해 남녀 간 일·숙직 근무 주기 격차가 심해져 피로감 호소나 업무 공백에 따른 불편이 있었다.

대전 동부교육지원청은 이러한 문제점 개선을 위해 내부위원회 의견 수렴과 직원 자체 설문조사를 거쳤다. 그 결과 과반수(64%)가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표했다. 이어 야간 숙직자 보안 강화를 위해 방범벨 설치와 호신용구 구비 등 인프라 구축도 마쳤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시범 운영 후 문제점을 보완해 올해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12일 서울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여성 숙직실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8년 12월12일 서울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여성 숙직실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역차별 논란 일어...“여성 특혜 반대” 국민청원까지

지난 15일 이런 방침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왜 남자만 숙직하느냐”, “남자도 재택숙직해야 양성평등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여성 재택숙직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제도는 여성에게만 국한된 제도이기에 양성평등을 위한 제도라고 보기 힘들다”며 "여성의 안전을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여성의 편의를 위해 제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어 “남녀 모두 숙직제도를 하든지 아니면 남녀 모두 근무지에서 직접 숙직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제도는 경비업체에서 경비를 맡기고 재택숙직을 하는 것인데, 숙직할 때마다 경비업체를 부른다면 혈세 낭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전 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오해다”라며 “업체를 부르는 게 아니라 입출입 시스템을 구비해 카드를 찍어야 출입 가능하도록 설비가 설치돼있다. 그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보안업체 설비를 구축했다는 뜻이고, 이전 숙직제도 진행할 때도 있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숙직자가 ‘마스터 세팅’을 해놓으면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알람이 울리고 경비업체가 출동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숙직에 재택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여성에게만 특혜가 주어지는 역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잠정중단한 대전동부교육지원청
“논란 난감...내부 만족도는 높아”

현재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의 숙직 근무자 성비는 여성 62명, 남성 32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동부교육지원청은 성비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숙직 쏠림과 업무 공백을 해소하자는 차원이었다며 들끓는 논란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은 만족하고, 잘 운영되고 있었다”며 “여성분들도 숙직을 하게 되면서 기존보다 참여도가 높아졌고, 남성분들도 만족하는 등 서로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 성비와 숙직 주기 격차 등의 문제와 현재 추세를 반영해 도입한 제도였고 잘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논란이 상당해서 난감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남녀 동일하게 진행되지 않는 부분 때문에 차별적이라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며 “우선은 (해당 제도를) 잠정 중단하고, 좀 더 나은 쪽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성 공무원이 늘면서 대전 유성구와 서구 등 기초자치단체부터 서울과 부산 등 광역자치단체들은 남녀 모두 숙직 근무를 하도록 바꾸는 추세다. 숙직 관련 예산도 절감됐다는 것이 지원청의 설명이다.

한편 재택숙직제는 대전시교육청 근무규정에 포함돼 있으며 지난 2018년 3월 국가공무원 규칙을 근거로 해서 일부개정된 것이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당직은 재택당직을 포함하고, 일직과 숙직으로 구분하며 근무구역이 재택당직 근무처를 포함하게 돼 있다.

앞서 서울시도 2018년부터 숙직 업무를 여성도 맡도록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성도 숙직해야 성평등” 수준의 논의를 넘어, 연락이 용이한 IT시대에 숙직 제도 자체가 필요하냐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여성 숙직이 성평등 이끈다? www.womennews.co.kr/news/183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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