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20년] 여성가족부, 부총리격으로 위상 높여야
[여성가족부 20년] 여성가족부, 부총리격으로 위상 높여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1.27 10:51
  • 수정 2021-01-27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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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20년] ①여성부의 탄생
2001년 여성들 열망으로 탄생
출범 초기 호주제 폐지 등
맨 앞에서 여성 현안 해결
보수정부 거치고 백래시 겪으며
‘미투’ 등 이슈 대응에 소극적
낮은 위상, 적은 인력·예산 한계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여성가족부가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성평등을 ‘혁신적 포용국가’의 주요과제로 꼽지만 성평등정책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여전히 가장 적은 인력과 예산을 가진 ‘미니 부처’라는 한계를 지닌다. 여가부의 낮은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성평등정책 전담기구 체제 개편과 함께 모든 정책이 성인지 관점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부처 위상을 부총리 격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들의 열망을 담아 2001년 1월 29일 출범한 여성부는 수차례 존폐 위기를 넘어야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부처 규모와 역할이 달라졌고, 그 과정에서 남성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여성혐오 대상으로서 조롱당했다. 특히 2018년 미투(Metoo) 운동과 ‘혜화역 집회’를 통해 쏟아진 청년여성들의 ‘성평등 개혁’ 요구를 여가부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페미니스트들도 여가부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비판한다.

한국의 여성정책은 1970년대까지 한국전쟁으로 고아가 됐거나 남편을 잃은 여성, 성매매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요보호여성복지정책’에서 시작한다. 1980년대 정책 대상이 일반여성으로 확대되면서 여성문제담당기구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1987년 이후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진보여성운동이 활발해졌고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서 성주류화 전략이 채택된 것을 계기로 여성부 설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여성정책심의위원회(1983), 정무장관(제2)실(198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1998년)을 거쳐 2001년 1월29일 입법권한과 집행권한을 모두 가진 행정부처 형태의 여성정책 전담기구 ‘여성부’가 신설됐다. 

2001년 1월29일 정부 사상 첫 여성부가 출범했다.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한명숙 여성부 장관이 1월29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2001년 1월29일 정부 사상 첫 여성부가 출범했다.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한명숙 여성부 장관이 1월29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여성부는 출범 이후 축소와 퇴행을 반복했다. 2005년 여성가족부로 바뀌었고,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선 예산·인력을 모두 줄여 여성부로 회귀했다. 2년 뒤 청소년 및 다문화 가족 업무를 이관 받아 다시 여성가족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여가부는 악의적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자정 이후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규제하는 이른바 ‘셧다운제’(2011년)가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가부와 함께 셧다운제를 내놓은 ‘청소년 정책’이지만 비난의 화살은 여가부로 향했고, 여가부 폐지론으로 이어졌다.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1999년)에 당시 설치도 안 된 여가부가 나섰다는 주장부터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여성부가 있다거나, 과자 ‘죠리퐁’ 유통을 막는다는 식의 증거 없는 루머까지 동원돼 여가부 비난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은 여가부를 넘어 여성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번졌다.

여가부를 향한 비난과 조롱을 확산시킨 데는 언론도 일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사강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과 홍지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 페미니즘, 여성가족부, 여성혐오’ 논문을 보면 2016년 강남역 사건부터 2018년 미투 운동 기간 동안 성폭력과 여성가족부를 다룬 기사 124개를 분석한 결과, 보수언론 기사들은 여가부를 이기적이거나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주체, 무능력한 주체, 존재감이 없는 주체로 재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신문
ⓒ여성신문

 

미니부처가 갖는 현실적인 문제도 크다. 조직과 예산 면에서 열세에 있는 여가부가 타 부처와 중첩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낮아진 여가부 위상을 높이고 모든 정책을 성인지 관점에서 다루기 위해 본격적인 성평등정책 전담체계 변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제시했으나 내부 논의로만 그쳤다. 다만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 문화관광부, 교육부, 등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신설되며 부처 특성에 맞춰 성주류화를 추진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가부 올해 예산은 1조2325억원으로 20년 전보다 38배 늘었다. 그러나 국가 전체 예산인 558조원 가운데 0.2%에 불과하다. 예산은 곧 부처의 위상을 상징한다. 여가부 예산은 서울 강남구의 한 해 예산(1조1278억원)과 비슷하다. 정부 부처로서 초라한 규모다.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려면 먼저 성평등정책 주무부처의 위상부터 높여야 한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부처의 위상을 부총리급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 서면 자료를 통해 “정부부처 내 정책이 보다 실질적으로 성인지 관점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부처의 위상이 부총리 격으로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성인지 예산제도, 성별영향평가 등 성주류화 제도를 내실 있게 개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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