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

ⓒ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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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레이 브래드버리를 꿈꾼 소년, '한국 SF/판타지 문학의 어린왕자'라 불리는 김이환의 첫 소설집이다. 제1회 멀티문학상, 제2회 젊은 작가상 우수상, 제4회 SF 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다. 장르의 우주를 여행하며 보석처럼 가공한 12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표제작 「이불 밖은 위험해」는 이불을 비롯한 온갖 사물들이 주인공에게 말을 걸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사물들은 주인공을 위협하거나 궁지로 몰지 않는다. 도리어 위로하고 응원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결국 친근한 이웃이 될 뿐이다.

김이환의 소설은 먹구름에 비유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조만간 닥쳐올, 수면 밑에서 진행 중인, 어느새 마무리된 재앙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다음을 대비하거나 기다릴 뿐이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곧 우주가 생명을 다한다는 데도, “종말이 오더라도 일단 깨진 유리는 치워야겠다”고 말한다(「모든 것의 이론」). 누군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조용히,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는 와중에도 조용히,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나가지 마”라고 우리를 걱정하고 보듬는다. 

김이환/아작/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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